제주대학교 인문대학(학장 조성식)은 오는 4월 24일, 경희대학교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의 염운옥 교수를 초청해 인문학최고지도자과정 제6강을 개최한다. 이번 강연은 ‘인종, 그리고 인종차별’을 주제로, 인종 개념의 기원과 그것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차별과 혐오의 논리에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역사적 관점에서 성찰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1950년 유네스코는 “호모 사피엔스는 단일종이며 모든 인종은 평등하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과학적으로 인종 개념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었지만, 인종에 기반한 차별과 혐오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실재한다. 염 운옥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인종 개념이 단순한 생물학적 구분이 아니라, 서구 문명이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과정에서 구성한 문화적 산물임을 짚어낼 예정이다.
염 교수는 특히, 18세기 독일 미술사학자 요한 요하임 빙켈만의 미학과 스웨덴 식물학자 카를 폰 린네의 인종 분류 체계가 인간 외양의 시각적 기준을 통해 인종을 규정하고, 그 기준을 우열의 척도로 삼았던 서구의 인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해 왔다. 이는 곧 피부색, 코의 높낮이, 눈의 모양 등 생물학적 특성을 사회적 위계로 환원시키는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의 기초가 됐으며, 이러한 구조는 현재까지도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염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도쿄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경희대학교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의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종주의, 제국주의, 식민주의, 우생학, 이주와 몸의 문제 등 현대 사회의 차별 구조를 역사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그녀의 대표 저서 ‘낙인찍힌 몸’은 몸을 둘러싼 낙인과 억압의 메커니즘을 역사 속에서 조망하며, 한국 인문학계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염 교수는 학문적 연구를 넘어 다양한 대중매체와 강연을 통해 일반 대중과도 소통하고 있다. tvN의 ‘벌거벗은 세계사’ 97회에서는 우생학이 어떻게 미국과 독일에서 이민 제한법, 혼인 금지법, ‘건강한 가족 경진대회’ 같은 차별적 정책으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1+7분 민주주의 강연’과 2022 T&C APoV 컨퍼런스에서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뿌리 깊은 인종주의와 낙인의 문제를 다루며, 다양성과 공존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을 제시한 바 있다.
제주대학교 인문학최고지도자과정은 인문학의 본질적 사유와 성찰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의 다양한 리더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비판적 사고의 틀을 제공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이번 제6강은 특히 인종주의라는 복합적이고 민감한 주제를 통해, 단지 역사적 사실의 전달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지닌 인식과 태도를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대 독일학과의 신종락 교수는 “인종과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는 단지 특정한 역사나 외국 사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자신 안에 내재한 구조와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염운옥 교수의 깊이 있는 강연을 통해 인문학적 성찰이 지역사회에 건강한 파장을 일으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강연은 제주대학교 인문학최고지도자과정 수강생을 비롯해 인문학에 관심 있는 지역사회 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깊이 있는 논의와 질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문학의 힘으로 사회적 통찰을 확장하고자 하는 제주대학교의 시도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주목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