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77년이 흘렀다.
이 아름다운 제주에서 참혹한 비극으로 인해 인간성이 말살되었던 1948년의 봄을 우리 모두는 기억한다.
이데올로기가 사람보다 먼저였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공동체의 평화보다 먼저였던 그 엄혹했던 시절은 아직도 후손들의 DNA 속에서 뚜렷이 각인되고 있다.
모두가 4.3의 교훈을 되새긴다고 했지만, 후세에 와서 그 교훈이 한쪽 진영을 매도하고, 축출하려는 기제로 쓰이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팔순이 다 되어가는 현대사의 참상이 아직도 선거 때만 되면 누군가를 극복하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쓰여지고, 자신들의 흠결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추고 상대를 ‘反역사적 괴물’로 몰아가는 행태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4.3의 비극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이런 “어리석은 행태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말해주고 있다. 이제 정치와 선거의 영역에서 비극과 슬픔을 놓아주어야 할 때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는 희생당한 영령들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후손들이다. 화해와 상생을 부르짖은 지 수십년이 되어가지만, 제주의 정치적 경쟁의 장에서는 왜 그렇게도 4.3을 자꾸 소환해서 모두를 힘들게 만드는가?
이제는 비극과 참상의 아픔은 가슴에 새기고, 머리로는 철저한 이성과 합리성으로 무장해서 다시는 우리 공동체가 붕괴돼는 오욕의 역사를 겪지 말자.
우리는 지금 이 시간부로 더불어민주당 및 제주도내 제 정당과 모든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언론에 제안한다.
이번 제77주년 4.3 추념일을 앞두고 영령들 앞에서 ‘4.3의 정치화 및 정쟁화’를 근절하고 선거를 비롯한 정치적 경쟁의 장에 다시는 4.3을 이용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자. 이 약속이 어떤 형태가 됐든 우리 국민의힘은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 나서겠다. 모든 제 세력이 한자리에 모여서 협약을 맺어도 좋다.
이것이야말로 지하에서 성숙한 후손들이 되어주길 바라는 4.3 영령들의 염원에 부응하는 길이며,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평화와 공존의 정신이 강물처럼 흐르는 시대를 열어주는 역사적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언제까지나 4.3의 아픔과 교훈을 깊이, 깊이 새기겠다. 그리고 반드시 이 땅에 평화와 공존, 이성과 합리성이 지배하는 새로운 역사를 새겨나가겠다.
일흔일곱번째 4.3 추념일이 주는 역사적 무게가 그 어느때보다 무겁다.
영령들이시여. 부디 부족한 우리를 굽어 살피소서.
2025. 04. 02.
국민의힘 제주특별자치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