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4·3연구소는 오는 28일 오후 2시 제주4·3평화기념관 1층 대강당에서 ‘그리움에 보내는 여든 살 아이들의 편지-아픈 항쟁의 세월을 넘어’를 주제로 제주4·3 제77주년 기념 스물네 번째 증언본풀이 마당을 연다. 연구소가 매해 개최하고 있는 ‘증언본풀이 마당’은 4‧3의 상처를 공유하고, 함께 치유해가며 4‧3의 진실을 미래세대에게 생생하게 전하는 평화의 한마당이다.
이번 증언본풀이 마당은 연구소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다시 항쟁을 기억하며> 제목의 ‘4·3생활사총서 6편’을 토대로 하고 있다. 책 제목이 시사하듯 2000년 4·3특별법 제정 이후 한참을 방기해 잊혀져가는 ‘4·3 시기 제주 공동체와 정치·사회집단의 항쟁’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의도이다. 이 자리에서는 총서 6편의 여섯 분 구술자 중 임충구와 강은영이 나와 자신과 아픈 부모님 사연을 풀어낸다.
한림면 대림리 출신의 임충구(남·1944년생)는 애월면사무소에서 근무하던 부친 임원전이 4·3 무장봉기 직후 산에 올라 행방불명됐고, 어머니도 집안 멸족을 막으려 애쓰다 섯알오름에서 희생된 아픈 사연을 갖고 있다. 임충구는 연좌제로 평생을 시달렸지만 꿋꿋하게 이겨내고 부모님의 명예회복을 이루었다. 서귀포 출신의 강은영(여·1942년생)은 서귀면장을 역임했던 부친, 세칭 ‘고사리 면장’ 강성모가 군인들에게 부당함을 항의했다는 이유로 연행된 뒤, 1950년 7월 16일 산지항 앞바다에서 수장된 아픈 사연을 갖고 있다. 강은영 역시 아버지를 잃고 어렵게 살아왔지만 꿋꿋하게 삶을 이어가며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이뤄냈다.
제주4·3연구소는 이번 행사를 맞아 짤막한 메시지를 전했다.
“4·3은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4·3진상규명 작업이 꾸준히 이루어지면서 희생자에 대한 보상도 수형인에 대한 재심도 어느 정도 이루어져 가는 요즘, 오늘 이 자리가 그간 관계 유족들의 아픈 가슴을 조금은 쓸어내릴 수 있는 알찬 자리가 되고, 4·3 조사・연구의 확장에도 도움이 되는 그러한 뜻깊은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이날 본풀이 마당에서는 시인 강덕환의 시낭송과 가수 문성호의 노래공연이 펼쳐지며,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제주양돈농협, ㈜한라산이 후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