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동서발전(주)(이하 동서발전)이 구좌읍 동복리에서 추진하고 있는 150MW 가스발전소 건설계획과 관련하여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주민 의견수렴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월 20일에는 동복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마쳤고, 3월 18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환경영향평가 초안의 입지는 지난 계획과 달리 제주에너지공사의 부지가 아니라 인근 채석장의 용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부지가 변경된 가장 큰 이유는 애초의 사업지가 곶자왈 지역으로 보호가 필요한 생물종이 대거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제주고사리삼 서식지 또한 발견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사업의 부적절성이 두드러지고 이에 대한 우려가 도민사회에 팽배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했는지 동서발전은 사업지를 채석장 활용이 끝난 지역으로 급히 옮겼다.
문제는 곶자왈 지역에 건설된 채석장은 사용 후 원상복구 하는 것이 원칙이다. 채석장의 사용 후 원상복구는 채석장 활용에 따른 환경영향을 복구하기 위한 것으로 통상 수목식재와 녹화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원칙을 깨고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가스발전소 건설은 용납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가스발전소가 발생시킬 막대한 탄소배출 문제는 심각하다. 동서발전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가스발전소의 연간 탄소 순배출량은 567,326.92톤CO2eq이다. 영국의 비영리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와 이탈리아의 컨설팅업체 ‘노미스마’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9개 주요 자동차 제조사의 자동차 1대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순배출량은 평균 62.74톤CO2eq로 나타났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가스발전소의 연간 탄소 순배출량은 차량 9,000대 이상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와 맞먹는다.
이러한 배출량은 제주도가 발표한 ‘제주도 2035 탄소중립 비전’, ‘2040 지속가능발전 기본전략'과 명백히 배치된다. 동서발전은 2040년에는 발전소의 탄소배출을 23%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수소연료의 전환을 통해 99% 감축하겠다고 한다. 막대한 탄소배출을 2040년 넘어서까지 이어가는 발전시설 건립 계획이 제주도의 계획이 같이 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심지어 비상시에는 경유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이를 감안하면 연간 순배출량은 최대 678,489.34톤CO2eq에 이른다.
수소로의 전환(혼소 및 전소)을 통해 탄소배출을 감축하겠다는 동서발전의 계획은 그린수소가 상당량 생산이 되어야만 실현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그린수소 생산 계획은 지지부진할 뿐만 아니라 가격 부분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석유관리원 수소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수소 가격은 ㎏당 제주가 1만5000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이 정도 수준의 가격으로는 가스발전에 그린수소를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수소에 대한 공급망 계획 역시 보이지 않는다.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를 가져다 쓰겠다는 것인지 그린수소를 국내에서 더 많이 생산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공급망을 세워 수입해오겠다는 것인지 명확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수소 혼소 또는 전소로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말은 현실성이 없는 허상에 다름없다.
게다가 제주도에 막대한 출력제한 조치가 발생하고 제주도 인근에서 대규모 해상풍력 계획이 시행되는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막대한 변수가 있는 마당에 대규모 가스발전을 감행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기존 노후발전소에 대한 퇴출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LNG발전소 계획은 제주도에 화석연료 기반의 화력발전의 몸집을 키울 뿐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가스발전 계획을 멈춰야 한다. 올해 4월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11월까지 이어질 것이란 기상전문가의 예측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우리는 지난해 극심한 무더위로 심각한 재해와 재난에 직면했으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와 재난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한쪽에서는 10년 내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한 쪽에서는 탄소배출을 늘리는 가스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권한은 제주도에 있다. 제주도가 기후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신규 가스발전소 계획은 멈출 수 있다. 부디 제주도가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
2025년 3월 17일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
(곶자왈사람들, 기후해양정책연구소, 노동당제주도당,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정의당제주도당, 제주녹색당,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인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동, 제주특별자치도친환경농업협회,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YWCA, 진보당제주도당, 한살림제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상 가나다순, 21개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