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김병택 시인의 시집 『아득한 상실』이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시집은 단순히 일상적인 경험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깊은 사유를 일으키는 시적 세계를 펼쳐 보인다.
김병택은 자신의 시를 통해 삶과 죽음, 상실과 회복, 희망과 절망이 얽히는 복잡한 감정선을 풀어내며 시집에 담긴 70편의 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하려 했을까?
김병택의 시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 중 하나는 ‘바람’이다. 시인은 ‘바람’을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생과 연결된 심오한 상징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바람 1-바람의 속성’에서는 바람의 변화무쌍한 모습뿐 아니라 그 속에 내재된 지속성까지도 강조된다.
바람은 시인의 눈에 ‘늘 다르지 않은 속성’을 지닌 존재로, 인간의 삶과도 닮아 있다. 김병택은 이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 낸다.
김병택은 시에서 ‘영혼’을 바람과 비교하면서 인간 존재의 심오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지미 카터가 “영혼은 바람과 같아서 우리가 볼 수는 없지만 그 효과를 볼 수 있으며, 그 효과는 심오하다”고 말한 것처럼 김병택도 바람의 ‘심오한 효과’를 통해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한다.
시집의 제목인 《아득한 상실》은 바로 이러한 시적 상징을 중심으로 한 삶의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김병택은 노년의 시인으로서, 자신의 일상적 경험을 통해 상실의 의미를 탐구한다.
‘깊어가는 겨울’과 같은 시에서 그는 시간이 흐름에 따른 자연의 변화와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소멸’을 맞이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시는 단순히 겨울의 차가운 풍경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겨울’이라는 계절을 통해 김병택은 삶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쓸쓸함과 상실의 감정을 진지하게 풀어낸다.
이렇듯 김병택의 시에서 중요한 것은 ‘상실’이라는 개념이다. 상실은 단지 사라짐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는 과정이기도 하다.
시집의 마지막 부분인 ‘아득한 상실’에서는 “옛날의 모든 것은 이제 한 톨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는 고백을 통해 시인이 상실 후의 고요함과 그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삶의 의미를 보여준다.
김병택의 시집에서 또 다른 중요한 이미지인 ‘장미’는 사랑과 정열을 상징한다. ‘장미-’에서는 붉은 바람과 장미를 통해 시인이 생각하는 사랑의 지속성과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장미는 끊임없이 흔들림 없이 피어나며, 시인은 이를 통해 사랑의 힘이란 ‘아름다움’과 ‘정열’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바람과 장미의 이미지는 김병택의 시에서 상실과 희망이 얽혀 있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시집의 곳곳에서 바람은 ‘과거’와 ‘현재’, ‘상실’과 ‘회복’을 잇는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한다. 김병택은 바람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청한다.
‘아침의 기록’에서처럼, 바람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것은 곧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 일이다.
김병택의 시집 《아득한 상실》은 단순히 상실에 대한 고백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보여주는 것은 상실 속에서도 계속해서 바람처럼 살아가려는 의지, 그리고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삶의 의미다.
바람처럼 흩어져 가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태도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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