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수필가 오인순이 새 수필집 《서리달에 부르는 노래》를 펴냈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46편의 수필을 통해 작가의 삶의 여정과 내면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다.
각 수필은 아름다움과 고통이 교차했던 순간들을 품고 살아온 오인순의 지난날을 기록한 흔적들이 담겨 있다.
《서리달에 부르는 노래》는 단순히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바다와 땅이 서로 맞물리며 생명력을 나누는 척박한 생태환경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생존의 여정을 그린다. 생의 고통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그 여정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지혜와 덕목을 전한다.
오인순의 수필은 장편소설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깊이 있는 서사를 지닌다. 그러나 그 서사를 시로 함축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혼합된 감정들이 깃든다.
이로 인해 오인순은 그 복잡한 감정들을 작은 소재와 그것에 어울리는 단아한 이미지로 풀어내어, 수필이라는 장르에 맞는 형태로 엮어냈다. 이 점에서 독자들은 수필집을 읽으며 그동안 만났던 다른 작품들과는 또 다른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오인순의 글은 '동글동글'하면서도 '말랑말랑'한 촉감처럼 부드럽고 따뜻하다. 그것은 마치 좋은 양분을 품은 땅처럼, 알차고 깊은 내면을 드러내며 독자에게 다가온다.
또한, 오인순의 수필은 모성애와 생명에 대한 배려, 그리고 이를 둘러싼 연민과 정성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그녀의 수필은 삶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오인순은 요리 전문가로서 힘든 요리 과정에서 느낀 깨달음을 통해 삶에 대한 통찰을 얻고 이를 수필에 녹여냈다.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삶을 갈등하며 아파하는 순간들, 그리고 그 고통을 품고 살아가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소중한 삶의 덕목들을 이끌어 낸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정적인 문체와 함께 삶의 깊이를 담아내며 독자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
수필 집필에 다소 늦게 입문한 오인순 작가는 자신의 글을 통해 수필이 바로 자신과 같은 사람이 써야 하는 장르라는 확신을 준다. 그녀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수필이 지닌 섬세함과 깊이를 잘 전달하며 수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서리달에 부르는 노래》는 오인순의 삶의 고백이자 고통 속에서도 빛나는 아름다움과 가치들을 되새기게 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오인순 작가 풀어낸 수필을 통해 우리는 삶의 진정성과 진지함, 그리고 그것이 담고 있는 따스한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푸른사상사 刊 가격 1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