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금희 시인이 한국시문학문인회(회장 김남권)에서 제정한 제21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푸른시학상》은 54년 전통의 시 전문 문예지 <월간 시문학>의 위상을 드높이고 한국문단으로 새로운 미래를 여는 시인에게 수여되는 순수한 작품상으로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제정하여 올해로 21회째다.
《푸른시학상》 심사위원단은 선정이유에 대해 “작품성, 참신성, 시적 완성도, 시문학문인회 기여도를 기준 삼아 심사한 결과, 「‘움’에 대한 사소한 깨달음」외 4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수상작 「‘움’에 대한 사소한 깨달음」은 ‘움’ 이라는 소재를 다의적 시선(詩線)으로 확장시켜 상상과 은유가 표현의 초월적 경계 밖으로 이탈하지 않고 공감의 고아장으로 정돈되었으며, 암울한 현대사회에 움(Sprout,싹)을 ‘미학적 사유’와 ‘희망의 메시지’로 은유하여 사회적 순기능에 기여할 수 있는 면에서 주목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양금희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푸른시학상》 수상은 겸손한 마음으로 더 좋은 시를 쓰라는 격려와 응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 시를 쓰기 위해 사유하는 시간은 삶에서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는 귀한 시간이었으며, 소중한 인연들과의 행복한 동행에 더욱 감사하는 시간이었고, 시를 쓰는 순간은 사물에 관한 관심으로 온전히 정신을 집중하며 저 자신만의 행복한 시적 탐구의 시간을 갖는 특별한 시간이기도 했다”면서 “겨울을 보내고 난 뒤 꽁꽁 언 대지에서 새순을 내미는 봄처럼 맑은 언어로 세상에 희망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시를 쓰도록 더욱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수상자인 양금희 시인은 이어도문학회 초대회장, 한국세계문학협회 2대회장, 전)제주국제대특임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국제PEN한국본부제주지역위원회 12대회장, 한국평화협력연구원 문화예술부원장, 삼다일보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양금희 시인의 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독일, 네팔, 베트남, 대만, 코소보, 알바니아, 그리스, 이탈리아, 타지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멕시코, 이집트, 스페인, 튀르키에 등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으며, 시집으로는 『행복계좌』, 『이어도, 전설과 실존의 섬』과 대만에서 노벨상 후보로 3번 추천된 리쿠이셴 시인이 중국어로 번역하여 대만에서 출간한 『鳥巢 Nests of Birds(새들의 둥지)』와 영한시집『새들의 둥지』가 있으며, 그 밖에 연구서인 『이어도 문화의 계승』과 산문집 『행복한 동행』을 발간하였다.
시상식은 12월 7일 서울 누구나 복합문화공간에서 개최됐다.
다음은 《푸른시학상》 에 선정된 양금희 시인의 작품 중 「‘움’에 대한 사소한 깨달음」이다.
[작품소개]
‘움’에 대한 사소한 깨달음
양금희
‘움 튼다’는 말은
생명의 언어인 줄만 알았어요
새싹이 허공의 틈으로 얼굴을 내밀어
초록 잎과 꽃을 피우기 전
‘사용제한설명서’가 있는 줄 알았어요
마른 풀잎을 들추는 산비둘기가
움트는 길을 열어주는 줄 알았고
따스한 햇살을 불러온 강물이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는 줄 알았어요
시간의 틈새로 들어가는 출입증으로
비밀의 문을 열고
지금은 볼 수 없는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움은 번뇌를 지우는 그림이고
외로,움은 다시 싹이 나게 하는
틈을 열어주는 맥박이라는 것을,
그 절실한 것들이 한데 모여
무른 속살을 먹여 생명의 문을 열고
꽃을 피우는 순간
아름다,움이 된다는 것을,
서로의 가슴에서 움,이 터야
고귀한 생명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지천명의 언덕에 올라 처음 알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