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린 작가의 첫 그림책 《안녕 말몰레기》를 출간했다. 이 책은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시린 작가가 그린, 제주어 '말몰레기'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한 따뜻하고도 감성적인 이야기다.
‘말몰레기’는 제주어로 ‘벙어리’를 뜻하지만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수줍고 말이 적은 사람을 귀엽게 부를 때 사용하는 별명이다. 《안녕 말몰레기》는 말수가 적고 사람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이다. 주인공인 아이는 누군가가 말을 걸어올 때마다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친다. 어른들에겐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로 보이지만, 또래 아이들에게는 조금 ‘이상한’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아이에게도 친구가 있다. 네잎클로버, 벽틈에서 자라는 풀꽃, 창문틀과 하수구 뚜껑 사이에서 핀 들꽃, 하늘을 나는 새와 오래된 대문과 나무들. 아이는 사람들과 말은 하지 못하지만 이 작은 자연의 친구들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 어느 날, 길을 잃은 아이는 그 친구들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
《안녕 말몰레기》는 그림과 실사 사진을 함께 담고 있는 독특한 구성으로 눈길을 끈다. 시린 작가는 일상에서 사람들이 흔히 지나치는 작은 것들을 앵글에 담아내며, 그 속에서 아이의 친구들을 찾아낸다. 그 작은 존재들이 아이의 세계에서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를 따뜻하게 그려낸다. 작가가 포착한 실사 사진은 아이의 감정선과 맞물려, 이야기의 몰입감을 더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것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아이가 겪는 내면의 이야기를 더 넓은 시각에서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후원을 받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되었다. 이는 장애를 가진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그들의 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사업으로, 《안녕 말몰레기》는 그 취지를 잘 담아내고 있다.
시린 작가는 카메라와 펜을 들고 여행을 떠나는 작가로, 제주의 자연과 사람들, 그 안에서 만나는 작은 것들의 이야기를 담아온 사진작가이자 글 작가이다. "괜찮지만 괜찮습니다", "로드 판타지", "어멍 닮은 섬 노래" 등의 책을 썼으며, 제주에서의 삶을 바탕으로 독특한 감성과 시각을 작품에 녹여왔다.
그림을 맡은 푸후(고영중)는 바람의 섬 제주에서 살아가는 작가로, 제주어와 자연의 색을 그림에 담아내며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푸후는 제주에 뿌리를 내린 텃새처럼, 섬의 말을 배우고 그 말을 그림과 색으로 풀어낸다.
한그루 刊,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