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청년 실업·비정규직 가혹해진 민생
ㆍ풀어야 할 정치권 복지는 없고 색깔론만
6월 민주화항쟁 25주년을 맞아 10일 서울과 전국 각지에서 기념행사가 어김없이 열렸다.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정부 주도로 열린 민주화 25주년 공식 기념식 이외에도 610시민합창단의 서울광장 공연, 성공회대성당·명동성당·조계사의 타종행사, 홍대 인디밴드들이 참여한 ‘금지곡 콘서트’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열려 시민들은 모처럼 25년 전을 기억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그날의 함성을 떠올리다보면 현재 한국 사회의 기막힌 현실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서울광장 맞은편 대한문 옆 쌍용자동차 노조원 사망자 분향소는 ‘해고=살인’이라는 공식을 증명해 준다. 대량 정리해고된 노조원들의 복직은 3년이 지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노조원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은 상위 소득자 1%가 전체 소득의 16.6%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9개국 평균(9.7%)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19개국 중 한국보다 부의 쏠림이 심각한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문제를 풀어야 할 민주·진보 진영은 ‘대북관’과 ‘사상검증’ 시비에 휘말려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정치권이 유행처럼 되뇌었던 ‘복지’ 화두는 어디 가고 ‘색깔론’의 유령만 배회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주요 정당들이 10일 내놓은 민주화 25주년 논평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통합진보당은 “6월항쟁으로 무너진 군사독재정권의 주된 무기인 매카시즘을 휘두르며 헌법에 보장된 정당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정치세력이 여전히 권력의 중심부에 있다. 1987년 6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 들어 위축돼온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마침내 유신의 부활을 우려하게 하고 있다”며 “25살의 청년으로 성장했어야 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조로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민주화 25주년 논평을 내지 않았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민주화 15주년 때인 2002년 출간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란 책을 “나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나빠졌다고 본다”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그로부터 또 10년이 흘렀다. 그때보다 한국 사회는 질적으로 나아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