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원장 김치완, 철학과 교수) ‘쿰다로 푸는 제주 섬의 역사와 난민 사업단’은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4박 5일간 일정으로 진행된 현장 조사의 첫 번째 일정으로 류큐대학 50주년 기념관에서 ‘전쟁, 난민 문학과 여성의 모빌리티’라는 주제로 류큐대 류큐아시아문화학과와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류큐대 오세종 교수와 오키나와대 홍윤신 교수, 제주대 김치완 교수와 김동윤 교수가 발표자로 참여했다.
본격적인 현장 조사는 오키나와 중부지역에 있는 헤노코 미군기지 건설 현장 방문으로 시작했다.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지역 이전이 결정되면서 시작된 ‘신기지건설반대’운동은 오키나와 주민뿐만 아니라 일본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매일 계속하고 있다. 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매립이 진행되면서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는 해안을 둘러보았다. 이어서 공군기지인 카데나 기지 자료관 및 전망대를 견학했다. 이날 오후에는 오키나와 전투 당시 83명이 집단 자결을 당한 치비치리가마와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 징용되어 목숨을 잃은 조선인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한(恨)의 비(碑)’를 방문해 전쟁의 비극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미군기지와 전쟁의 비극적 현장 답사에 이어, 마지막 날은 오키나와평화기념공원을 찾았다. 오키나와평화기념자료관, 한국인전몰자위령탑 등을 방문하고 오키나와전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했다. 김치완 원장은 “평화를 기념하고 아픔을 추모하는 공간이 여전히 ‘기지의 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오키나와와 비슷한 섬 공간의 역사를 공유하는 제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면서, “이번 현장 조사는 제주4‧3과 오키나와전의 기억을 가진 동아시아 고대 왕국의 후예가 화해와 상생의 연대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1972년 일본에 반환된 오키나와는 현재 주일미군 기지의 70% 이상, 섬 면적 18%가 미군기지로 이용되고 있어서 주민 피해와 인권 침해, 재산권 침해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는 2007년 해군기지 건설 계획 수립 이후 도민사회가 찬성과 반대 측으로 갈라져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이번 현장 조사는 2단계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쿰다인문학사업단의 2023년 오사카 이쿠노구 코리아타운 현장조사에 이어, 난민 연구의 국제네트워크 구축 및 활성화를 위해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