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원장 김치완, 철학과 교수)은 지난 21일 일본 오키나와 류큐대학에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동학술대회는 ‘쿰다로 푸는 제주 섬의 역사와 난민 사업단(이하 쿰다인문학사업단)’의 오키나와 현장 조사 기간의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개최됐다.
‘전쟁, 난민 문학과 여성의 모빌리티’를 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 제1부에서는 제주대 고성만 교수의 사회로 △「나가도 에이키치(長堂英吉)「가라마천막촌 我羅馬テント村」을 읽다-타자화하는 세계 속에서 타자로의 변모는 가능하는가」(류큐대 오세종 교수) △「5․18과 만난 在日의 4․3-김석범과 김시종의 난민문학」(제주대 김동윤 교수)을 발표하고, 제주대 강진구, 김준표 연구교수가 지정토론을 맡았다. 오세종 교수는 작품에서 묻고 있는 ‘인간’ 개념을 되묻는 ‘동물’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가 질문이 아니라, 타자화된 인간과 세계를 고정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계속 갱신시키면서 보편적 권리를 시험해보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김동윤 교수는 제주4․3에 대해 부채의식을 지닌 김석범과 김석종, 두 작가의 작품이 “기억의 자살과 타살이 아닌, 기억의 부활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는 미완의 꿈인 불온한 혁명에 대한 성찰과 지향이라고 주장했다.
제2부에서는 제주대 조은희 교수의 사회로, △ 「진중일지와 증언 사이의 「정치」–오키나와전 「위안소」의 기록, 기억을 중심으로-」(오키나와대 홍윤신 교수) △「여성 모빌리티 관점에서 본 제주와 오키나와」(제주대 김치완 교수)를 발표하고, 제주대 서영표 교수와 김진선 연구교수가 지정토론을 맡았다. 오키나와전 연구자인 홍윤식 교수는 위안부 여성들이 거처했던 위안소라는 것을 본 사람들의 증언이 어떻게 주민의 삶과 죽음으로 관련이 있는 정치로 작용했는지를 분석하면서 위안소의 전개는 군대가 마을의 생활공간을 변용시키는 과정이었고, 주민 측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 공범의 장에 내몰렸던 기억이라는 점을 주장하였다. 김치완 교수는 노자가 도덕경에서 도입한 여성적 은유 개념이 숨 쉴 틈 없이 채우고만 있는 질서를 잘라놓았다고 평가하면서, 이러한 노자의 전략을 원용하여 제주와 오키나와 사이공간을 떠도는 여성을 모빌리티의 관점에서 호명하였는데, 피해자다움의 강요가 류다이분가쿠에서 경험했던 ‘자기 안의 난민’을 누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제주대 전영준 교수를 좌장으로, 고다슬, 노우정, 염현주 등 학문후속세대 연구자와 참석자 전원이 참여하여 열띤 토론을 펼쳤다.
쿰다인문학사업단은 2023년 4월에 오사카공립대학 스기모토캠퍼스에서 ‘동아시아의 지역․이동․난민’을 주제로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제주4‧3위령제에 참석했다. 공동 주최했던 오사카공립대학 연구팀이 일본학술진흥회 기반연구인 ‘동아시아의 변용하는 이동 네트워크와 창발적 연대의 형성-생활권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수행한 바 있어서 더 실질적이고 흥미로운 논의가 있었다.
김치완 원장은 두 섬이 독립왕국이었던 과거를 언급하며 “오키나와는 제주와 많은 점에서 닮은 꼴”임을 강조하면서 “오키나와와 제주가 역사적으로 서로 공감하는 지점이 있고, 아울러 섬의 기지화와 관련하여서는 제주와 오키나와가 연대할 가능성과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공동학술대회를 마치고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기지와 전쟁의 비극이 남겨져 있는 현장을 답사하고, 오키나와전 전몰자 추도식에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