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선 시인의 최근 시집 《물떼새 자국 읽으며》를 펴냈다. 제1부 물이면 물, 오름이면 오름, 제2부 불멸의 꽃향기, 제3부 바람꽃지다, 제4부 원시로의 복귀, 제5부 꿈꾸는 월야, 제6부 둥지 트는 봄 등 모두 90여편의 시조를 싣고 있다.
이창선 시인은 제주에 천착하는 시인이다. 제주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사랑이 시세계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시인의 시쓰기는 작은 씨앗을 심어 성장하게 하는 농사와 같다. 농사에서 배울 수 있는 시쓰기는 인내와 노력이라는 산물이 동반하기 때문에 어떤 목표를 향해가는 여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성취의 순간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창선 시인은 세상에 관한 생각을 담담히 시화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작품이 다양하다. 세상을 등수와 등급으로 정하는 경쟁주의에 대한 거부감이나 사해만인 평등주의를 품고 있다. 시인은 제주의 서부지역에 있는 송악산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송악산 인근에 자리 잡은 곳곳에 서린 아픔을 아주 세밀하게 살핀다.
‘알뜨르 비행장, 비둘기 통신사, 섯알오름. 99봉, 진지동굴’ 등의 부제를 단 송악산 연작에서는 일제강점기와 4.3의 화형지역이기도 하다.
칠순이 넘은 자신이 나이를생각하며 종착점이 내다보이는 세월이 속절없음을 생각하면서도 이제는 삶을 관망할 수 있는 경지에 들었음을 인식하고 황금기를 누리리라 생각된다. 그러기에 ‘고장난 벽시계처럼 머물 생각이 없다.
인생이 황금기에 지어낸 시세계가 자못 궁금하다.
이창선 시인은 2011년 <시조시학>에 『텃새』로, 2019년 <한국문인>에 수필로 등단했다. 대구시조 전국 시조공모전 입상, 2023년 시조시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우리 집 별자리>, <물장구 포물선> 등이 있다.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협회, 제주문인협회,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가는 세월 속 머문 곳
반세기에 사반세기
더 하니 일흔다섯
강물처럼 흐르는
새월이 속절없이
이를 곳 아득하여라
그려보는 종착점
경지에 들었다는
일흔다섯 그 나이가
인생길 황금기
그 누가 말하는가
여기서 그냥 머물면
고장난 벽시계
다층 간,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