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3시(한국시간) 스위스 베른의 스타드 드 스위스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1-4로 완패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팀 바르셀로나의 주축이자 대표팀 전력의 핵심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이 빠졌지만 공백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압박, 볼 점유율, 유효슈팅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어차피 최종예선을 앞둔 평가전이었기에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선수기용, 전술, 호흡 등을 실전에서 점검한다는 의미가 컸다.
때문에 전력의 핵심인 해외파들의 경기력이 중요했다.
박주호(바젤)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영표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우며 왼쪽 풀백 고민을 덜어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44년 만에 맨체스터시티가 우승하는데 일조한 다비드 실바를 상대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대응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넘어가는 중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펼쳤고 체격 좋은 스페인 선수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몸싸움을 펼쳐 최 감독의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좋은 모습이 운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손흥민(함부르크)의 움직임도 가벼웠다.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에 밀려 많은 공격 기회를 잡진 못했지만 전반 20분 역습에서 수비수를 제치며 시도한 왼발 슛이 인상적이었다.
이 슛이 한국의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발판이었다. 이후 대등한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었고 전반 43분에는 김두현이 골까지 터뜨렸다.
남태희(레퀴야)는 간간이 무리한 플레이로 흐름을 끊어 아쉬움을 남겼지만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적극적으로 임했다.
일본 J리거 중에서는 골키퍼 김진현(세레소오사카)이 단연 돋보였다. 4골을 허용했지만 김진현의 순발력과 옳은 판단이 없었다면 더 많은 골을 내줄 수 있었다. A매치 데뷔전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차세대 수문장감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에 반해 '임대의 신화'로 큰 기대를 모았던 구자철(볼프스부르크)와 지동원(선더랜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스페인의 강한 압박에 헤맸고 호흡이 완전치 않은 듯 겉도는 인상을 줬다. 지동원은 제대로 된 슛도 시도하지 못했다.
카타르, 레바논과의 최종예선 1~2차전을 앞두고 역시 관심이 집중됐던 중앙수비라인 이정수(알사드)-조용형(알라이안)도 불안했다.
강한 공격력을 보유한 스페인이라고 해도 패스 한 두 번에 위기를 내주는 모습에서 집중력과 호흡에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조용형은 전반에 페널티박스 안에서 다소 위험한 플레이로 페널티킥을 내줄 뻔 했고 후반에는 고의적이지 않았지만 핸들링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최종예선에서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