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3시(한국시간) 스위스 베른의 스타드 드 스위스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1-4로 졌다.
볼 점유율, 유효슈팅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압도당했다. 유로2008, 남아공월드컵 우승의 주축들이 대거 빠진 스페인이었지만 일방적이었다. 한국은 공수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역대 상대전적도 2무3패가 됐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스페인은 유로2012를 앞둔 상황에서 철저하게 평가전에 의미를 둔 모습이었다. 전력을 다하기보단 많은 선수들을 활용해 다양한 전술을 시험했다.
이를 감안해도 남아공월드컵 우승팀이자 FIFA랭킹 1위 스페인의 벽은 역시 어마어마했다. 특유의 짧은 패스를 통한 점유율 축구와 흐름을 장악하는 템포 조절은 세계 최강다운 모습이었다.
특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팀 바르셀로나의 주축이자 대표팀 전력의 핵심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이 빠졌지만 공백을 느낄 수 없었다.
한국은 김두현(경찰청)이 그림 같은 오른발 슛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골 자체에 만족해야 했다. 중앙수비의 불안과 상대의 압박에 고전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경기 초반 스페인이 짧은 패스를 통해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는 경기를 펼치자 끌려가는 양상을 보였다. 미드필더와 공격진의 유기적인 움직임에 한국은 수비에 치중했다.
선제골이 터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국 수비의 빈틈을 보던 다비드 실바(맨체스터시티)가 왼쪽 측면 45도 지점에서 기습적인 크로스를 올렸고 페르난도 토레스(첼시)가 감각적인 헤딩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중앙수비진을 순식간에 무너뜨린 감각적인 플레이였다.
한국은 선제골을 내준 후, 반격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스페인 특유의 압박에 번번이 막혔다. 전반 20분 역습 찬스에서 손흥민(함부르크)이 때린 왼발 슛을 빼면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손흥민의 기습적인 플레이 이후, 한국도 페이스를 서서히 찾아갔다. 허리 진영에서 압박으로 맞섰고 점유율 싸움에서도 대등함을 유지했다.
전반 막판 동점골이 터졌다. 페널티박스 정면 외곽에 있던 김두현이 스페인 수비수가 걷어낸 볼을 트래핑 후,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골네트를 갈랐다. 전반 볼 점유율에서 41%-59%로 밀렸지만 중반 이후 페이스를 잡았고 동점골을 터뜨려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스페인이 본색을 드러냈다.
후반 7분 조용형(알라이안)의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해 사비 알론소(레알마드리드)에게 골을 허용했고 5분 만에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카솔라(말라가)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점프하는 수비진의 허를 찔러 땅으로 깔아서 찬 킥이 인상적인 골이었다.
최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보경(세레소오사카)을 투입했고 12분에 이동국(전북), 박현범(수원)을 투입하는 등 다양한 선수기용으로 전술을 시험하는데 주력했다. 김치우(상주), 오범석(수원), 김재성(상주)도 그라운드를 밟았다.
스페인 역시 라모스, 토레스, 후안 마타(첼시), 알론소 등을 불러들이며 사실상의 2진급 선수들로 경기를 펼쳤다. 점유율은 여전히 스페인이 압도했다. 후반 34분 네그레도(세비야)가 왼발 슛으로 한 골을 더하면서 4-1 승리를 완성했다.
90분내내 스페인의 끈끈한 조직력과 빼어난 개인기에 끌려 다녔다. 최종예선에서 만날 아시아 국가들보다 몇 수 위의 전력을 보유한 최강 스페인이지만 공수에서 무기력했던 모습은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왼쪽 풀백으로 기용된 박주호(바젤), 골키퍼 김진현(세레소오사카), 손흥민 등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보였다. 특히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선더랜드)의 공격 라인과 수비진은 호흡이 완전히 않은 장면이 여러차례 나왔다.
한국은 스위스 현지에서 훈련을 가진 후에 내달 4일 카타르 도하로 건너가 9일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