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성시대 신여성의 시각을 통해 모더니즘을 조명한 창작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의 주요 스태프는 극작가 이수진, 작곡·작사가 이나오, 음악감독 신경미, 연출가 주지희 등 여성이다.
이 작가는 그러나 "남자 대 여자의 대결구도를 그린 것은 아니다"며 "특이하게 보일 수 있는 두 여자의 사랑을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봄날 경성, 연애사'라는 부제를 단 뮤지컬은 화려한 외면에 비해 속살은 여전히 봉건적인 세태에서 꿈을 빼앗기고 원치 않은 인생을 산 두 젊은 모던 걸의 이야기다.
1931년 4월 영등포 역. 기차선로로 뛰어든 홍옥임과 김용주 두 여인의 실화가 바탕이다. 자유연애라는 단어가 한창 만개하던 당대 경성을 배경으로 사랑에 빠진 두 여인 '홍옥임'과 '김용주'의 이야기를 픽션으로 풀어낸다.
경성시대는 일제강점기였음에도 재즈, 딴스홀 등의 역동적 이미지의 환상적인 시공간으로 구현됐다. 동시에 독립군의 활약상 등 대부분 남성 캐릭터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성의 지위와 소임을 파고든다.
아이디어를 제공한 이 작곡가는 "2008년 유학 생활 도중 한국적인 소재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매력을 느낀 경성 시대에 대해 조사를 하다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웃사이더로서 맴도는 두 여성의 모습이 애틋하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홍옥임과 김용주의 사랑이 동성애에만 초점이 맞춰질 우려가 있다. 주 연출은 "두 사람의 관계, 심리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 집중한다"며 "스태프가 여성이라고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접근하기보다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공감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의 대본·연출로 주목 받은 뮤지컬평론가 조용신씨가 처음 프로듀서를 맡은 작품이다. "'콩칠팔새삼륙'은 사랑, 인생, 세상과 나의 관계 등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기존 뮤지컬이 피해갔던 내용을 정면으로 다루며 인물들의 내면 관계를 다루고자 했다"고 알렸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에 의해 강제로 학업을 중단하고 시집을 가야했던 김용주는 뮤지컬배우 '궁' '카페인'으로 실력을 인정 받은 신의정이 연기한다. 김용주와 사랑에 빠지는 홍옥임 역에는 '모차르트!'로 주목 받은 뮤지컬 배우 최미소가 캐스팅됐다.
홍옥임의 약혼자로 엘리트 의대생인 류씨는 '왕세자 실종사건'으로 실력을 입증한 뮤지컬배우 조휘가 연기한다. 뮤지컬배우 최용민 정연 김준오 김보현 유정은 등이 출연한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배우 8명 전원이 원캐스트로 45회차를 연기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명동예술극장이 지원한 '2011 창작팩토리 뮤지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충무아트홀이 공동제작자로 나섰다.
제목인 '콩칠팔새삼륙'은 옛 우리말로 '남의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고 떠든다' 또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말'이라는 뜻이다.
작곡가 홍난파가 작곡한 동요의 제목이기도 하다. 홍난파는 자신의 조카가 쓴 동시를 보고 이 곡을 만들었다. 조카가 바로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실화의 주인공 홍옥임이다. 당초 쇼케이스에서는 홍난파가 작곡한 곡을 편곡해서 삽입했으나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본 공연에는 넣지 않았다.
6월29일부터 8월5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볼 수 있다. 4만원. 02-2230-6601【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