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남 시인 시집 《내 생에 아름다운 인연》 발간
김순남 시인 시집 《내 생에 아름다운 인연》 발간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3.12.14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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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남 시인 시집 《내 생에 아름다운 인연》 표지
▲ 김순남 시인 시집 《내 생에 아름다운 인연》 표지 ⓒ채널제주

‘들꽃 시인’ 김순남이 오랜만에 시집을 냈다. 첫 시집 『돌아오지 않는 外出』(도서출판 답게) 이래, 생애 다섯 번째 상재하는 시집이다.

김순남 시인이 최근 다섯 번째 시집 <내 생에 아름다운 인연>을 펴냈다. 네 번째 시집을 펴낸 후 12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12년 동안의 할 말, 쓸 글을 모았으니, 쉽사리 내는 시집은 아닐 터다. 들꽃 시인이라는 표현은 시인이 카메라를 메고 한라산을 오르내리며, 산야의 들꽃을 찍는 사진작가라서 만이 아니다.

확실히 시인은 들꽃의 풍모를 느끼게 한다. 시인은 들꽃처럼 결코 도드라져 보이지 않으나, 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히 표현할 줄 아는 단단함이 들꽃의 생명력을 닮았다.

그래선지 이번 시집은 164페이지라는 시집으로는 꽤 묵직한 두께에 컬러 들꽃사진들이 시들 사이의 여백을 채우고 있다. 시와 관련이 있는 들꽃 사진들이다. 시와 함께 시각적 호사마저 즐기게 해주는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는 모두 60편. 이 가운데 손수 사진 찍은 들꽃의 이름이 곧 시제(詩題)인 시가 절반 가까이 된다. 우연일까, 키 큰 꽃은 거의 없다. 흰빛으로 퇴화한 줄기가 꼭 버섯처럼 보이는 꽃이 대부분이다.

‘땅 짚고 헤엄치는 일도/네게는 필생이어서...엎드려 코를 맞대야 눈 맞추게 되는...세상에서 가장 온전한/대지의 만가‘라고 노래한 좀딱취꽃이 그렇고 ’오 센티미터 숨어있는 꽃자루/기어이 엎드려야...맑고 투명한 속내‘를 보여주는 버먼초가 그렇다.

문학평론가 김동현이 서평에서 썼듯이 ’수직의 맹목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엎드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시인만이 만날 수 있는 ’낮은 세계‘의 향연이다. 그러나 산에 간다고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들꽃도 아니려니와 아무나 사진을 찍을 수도, 더욱이 시로 담을 수 없을 것이다.

시인은 들꽃을 들여다보듯 사람을 들여다보고, 들꽃을 알아가듯 사람을 알아가는 게다. 그러니 시인과 나눈 사람인연은 그의 들꽃 사진이나 마찬가지로 순정(純正)할 게다.

사람을 보듯이 꽃을 보는 시인이니 꽃을 사람 보듯 할 게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2010년에 시집 『그대가 부르지 않아도 나는 그대에게로 간다』를 엮으면서 시인은 이미 “꽃보다 향기로운 사람을 꽃의 이름으로 새겨 시집으로 묶는다.”라고 시인의 말에 이미 썼다.

그의 시집 제목인 내에 아름다운 인연은 낮게 엎드려야만 보이는 들꽃과 같은 인연들이다..

낮은 눈의 시선으로 포착한 그의 들꽃들과 땅의 이야기들. 김순남의 시편들은 그 낮은 눈의 시선으로 4.3을 끌어안고, 강정을 기억하고, 수많은 패배 속에서도 끝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민중의 힘을, 끼리끼리 내어주고 기대는 세상의 이치를 포착하고 있다.

김순남 시인은 1993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했고, 『월간제주』 객원기자. 문화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제주도정 신문편집위원, ‘한라산지킴이’ 문화예술 분과위원장, 한라산 국립공원 ‘한라산 연구소’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2월 돌문화공원 기획초대 김순남의 들꽃 사진전 <탐라신화>전(오백장군갤러리)

2021년 2월 <탐나는 봄> (사진전, 제주도립미술관)을 전시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外出』(도서출판 답게), 『남몰래 피는 꽃』(도서출판 답게), 『누가 저 시리게 푸른 바다를 깨트릴까』(도서출판 각), 『그대가 부르지 않아도 나는 그대에게로 간다』(도서출판 각), 공동시집 『섬은, 바다의 향기로 깬다』(각출판사), 산문집 『섬, 바다의 꽃잎』(도서출판 답게), 시화집 『들녘에 지다』(을지사) 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제주작가회의 회원, 정방문학 동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도서출판각 유한회사 刊, 정가 10,000원
 

[작품감상]
 

천 갈래 만 갈래의 서리 박힌 살은
시린 이를 부딪치는
만삭의 대지를 씻으며
빌레왓 곶자왈을 짐승처럼 기어 나온 순애 씨,
당신을 공비라 하던가요

1956년 교래 어디서 잡혀 온 다섯 사내들 틈에서
스물두 살 앳된 처녀를 취조하던 한 경사,
그녀의 흔들리는 마음 깊이에서
폭도와 경찰의 동거 살이 2년여
그 인연의 살핌도 갸륵하여이다

- 거친오름 뫼제비꽃 부분
 

한라솜다리
 

강정바다 구럼비 화약으로 으깨지는 참상에
비명도 못 지른 내가 미워서
세화 월정 구엄 바다 낯설어가는구나
외할머니 품 같은 포구에 배는 줄어 적막한데
방파제는 어이하여 높아만 가는지
나는 자꾸 이방인이 되어가는구나

모든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한라솜다리!
너는 어느 도회를 떠돌다
먼지 뒤집어쓴 벽걸이 행색이라도
부끄러워 말거라
명징하게 기억하여라
억만 세월 지켜낼 백록담 서설 퍼런 고향을
 

야고
 

기대지 않고 사는 삶이
어디 있으랴

끼리끼리 내어주고 기대며
생의 절정이란 서로를 위해
웃는 일

빈자의 무욕은 아름다워서
외로움도 발그레 꽃으로 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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