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A사회복지시설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로부터 권고를 받았다.
이 사회복지시설은 생활인들에게 강제적으로 예배에 참석시키고 십일조, 헌금, 후원금 등을 내게 했다. 또 아침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활인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지도 않았다.
인권위는 28일 대구광역시 B구청장과 사회복지법인 C이사장에게 권고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B구청장에게 내려진 권고사항은 ▲십일조·헌금 등 금지 ▲생활인의 의사에 반한 종교 활동이 이뤄지지 않도록 지도·감독 철저 ▲십일조·헌금 등 반환 행정조치 실시 ▲종교 활동 참여 유·무형 강요, 거주 생활인에 대한 건강권 등 인권침해 행정조치 ▲시설 종사자 인권교육 실시 등이다.
C이사장은 ▲종교 활동과 헌금·후원금 납부 강요, 종교 활동 참석 관련 외출 제한과 식사를 못하게 하는 행위 재발방지 ▲외부 행사 참가시 생활인들이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참가 동의 여부 확인 ▲유사한 인권침해와 차별행위가 발생 대책과 직원교육 실시 등을 권고 받았다.
인권위는 "A시설측은 조사과정 등을 통해 밝혀진 사실을 부인할 뿐만 아니라 생활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통제와 훈육의 대상으로 보고 있어 문제가 컸다"고 비판했다.
◇강제적인 예배참석에 외출제한까지
A시설은 강제적인 예배참석에 외출제한까지 남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정인 김모씨에 따르면 시설내에 있는 직업재활센터 강당에서 이뤄지는 예배에 생활인들을 강제적으로 참석시켰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외출을 제한하고 예배에 참석하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이 예배참석을 거부한 또다른 생활인 김모씨를 끌어냈다. 불교신자인 생활인 조모씨는 예배참석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외부작업에서 배제됐다.
조씨의 보호자는 외부작업 배제, 권고퇴소 등의 불이익이 우려돼 억지로 조씨를 예배에 참석하도록 하기도 했다. 권모씨 등은 예배 참석 때문에 외출을 자유롭게 하지 못해 불만이 많았다.
일부 피해자들은 예배참석을 강요하고 있으며 속소에 남아 있으면 시설 직원들이 강제로 끌어내 예배에 참석시키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시설측은 생활인들에게 강제로 예배에 참석하도록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회원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철학도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생활인들을 반강제적으로 예배에 참석시키고 예배 참석을 이유로 생활인에 대한 외출을 제한했으며 궐기대회에 생활인들을 강제로 동원했다"면서 "이는 거주생활인들의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 '이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십일조·헌금·후원 등도 강요
A시설은 생활인들에게 십일조·헌금·후원 등도 강요했다.
A시설은 생활인의 통장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며 생활인들에게 강제로 십일조, 헌금,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진정인 김씨는 주장했다.
직원들이 직장에 다니는 생활인들의 통장에서 십일조를 걷어갔다. 생활인들의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해 주일에 헌금봉투에 넣어 헌금을 내게 했다. 생활인 정모씨 등은 통장에서 십일조, 헌금 등이 나가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실제로 피해자들의 주장도 잇따랐다.
"십일조, 헌금, 후원금을 억지고 내게한다며 시설운영이 어렵다고 하면서 숙소를 돌아다녔습니다. 헌금 봉투에 얼마를 낼 것인지 금액을 강제로 기입시켰어요."
"시설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생활인들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통장에서 임의로 돈을 인출해 십일조, 헌금, 후원금을 내도록 했습니다."
시설측은 생활인들의 동의를 얻어 시설에서 통장관리를 하고 있으며 헌금이나 후원은 생활인들의 의사를 존중해 자발적으로 원하는 경우에만 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금이나 후원을 할 때는 생활인이 사무실의 통장관리 담당에게 헌금이나 후원을 하겠다고 요청하면 직원이 그 금액만큼 인출해 생활인 본인에게 전달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거주생활인들의 통장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면서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십일조, 헌금, 후원금 등을 내게 한 행위는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또한 장애인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꼬집었다.
◇'아침식사 시간 늦으면…' 아침밥 못먹었다
A시설측이 아침식사 시간에 늦었다는 이유로 밥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활인 강모씨 등이 아침식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매일 정신과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생활인들이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대안을 모색했어야 했다는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진정인 김씨는 물론 피해자들의 주장도 동일하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침식사 시간에 늦자 시설 측에서 아침을 먹지 못하게 했어요."
"시설측에서 아침식사 시간에 늦게 왔다고 밥을 못 먹게 했습니다. 시기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수차례 그런 일을 겪었어요. 아침시간은 보통 6시30분인데 약기운 때문에 못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밥을 먹지 못하는 생활인들이 있었습니다."
시설측은 재활훈련기관으로서 생활인들이 하루 일과를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생활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힘들어서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아침식사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그날 아침은 굶어야 하는 경우가 있으며 집단급식 시설에서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식사를 할 수 없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매일 정신과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생활인들이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장애 특성을 고려해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했다"며 "아무런 조치 없이 아침식사 시간에 늦은 생활인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하지 않은 행위는 차별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