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ㆍ정치권과 사정당국 차원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질 듯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종북세력을 강도높게 비판한 것은 최근 통합진보당의 내분 사태가 연일 관심의 초점이 되는 가운데 종북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크게 강화하면서 국민들의 관심도 더욱 높이기 위한 다목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91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북한의 주장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 세력은 더 큰 문제"라며 변화를 요구했다.
◇종북세력 작심 비판 "묵인 못해"… 향후 파장 일 듯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야당 등 특정 세력을 겨냥해 '종북 세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드러나고 있는 종북세력 문제를 정치·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작심하고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종북주의가 우리 사회에 이대로 방치되거나 확산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고 묵과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이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앞서 이대통령은 2008년 10월 재향군인회와 간담회에서 '좌파 세력'이 북한 정권에 동조하면서 이념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적은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직설적인 비판은 아니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 이후 본격 드러나고 있는 우리사회의 종북 세력 문제가 보통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시각을 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등이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물론 북한과 관련한 입장을 명확히 표현하지 않으면서 상당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로인해 이들이 국회에 그대로 입성할 경우 민감한 국가 및 대북 관련 주요 정보 등의 노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도 하다.
특히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이들을 출당시키려는데 대해 일부 과격 당원들이 폭력사태까지 불사하며 거세게 저항하는 등 '비합리적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종북주의자들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권에서는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언급은 일부 정치 세력을 중심으로 한 종북주의가 정치권은 물론 사회저변으로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방치하고 묵인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동시에 이에 대한 국민들의 협조와 이해도 얻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달 초 좌파 성향 시민단체와 야권에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 관련 촛불 시위를 재점화했지만, 4년 전과 같은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여론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러한 현상도 '촛불 트라우마'에 시달린 이 대통령에게 자신감을 실어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식량난으로 굶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을 외면하고 수조원이 투입되는 핵실험을 강행하는 북한 정권을 일부라도 우리 국민이 옹호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강경 대북정책 기조도 이러한 흐름과 같은 맥락이다.
여야 정치권이나 일부 외교안보전문가들의 대북 정책 수정 요구에도 이 대통령은 '핵을 포기하고 문호를 개방하면 경제 개발을 돕겠다'는 '그랜드 바겐'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대선의 해를 맞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제주해군기지 반대, 쇠고기 촛불 시위 등의 움직임이 북한과의 연계 연계속에서 종북주의자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지난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검찰의 통합진보당 압수 수색을 "쥐명박 역적패당의 종북 지랄증 발작"이라며 "민주개혁 세력이 들고나오는 정권심판론에 대처한 궁여지책으로 '종북설' 광고하며 발악하고 있다"고 비난한 대목을 북한과 국내 종북세력의 교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든다.
◇'종북인사'국회 입성 차단 법안 등 논의 힘 받을 듯
이 대통령의 강력한 종북세력 비판 발언은 향후 정치권은 물론 사정당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여권내에서 최근 제기된 '종북관련 인사 등 문제 의원'의 원내입성을 차단하는 입법안 마련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하는 등 후속조치 마련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통합진보당 폭력사태 등과 관련한 검찰수사도 힘이 실리며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것이 자칫 진보세력에 대한 압박으로 변질될 경우 야당 등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여 정치적 논란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