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숙 시인의 최근 <우리의 발자국이 가지런하지는 않아도>를 발간했다.
1부 금방 사라질 단어 같아서, 2부 피어나는 순간은 언제나 붉고 3부 쓰다 보면 번지고 번지다 보면 물드는 것 4부 그믓은 그믓을 만들며 퍼지고 5부 신기루 같은 노랑 신호가 떠오르면 등 5부에 걸쳐 55편의 시를 담고 있다.
그동안 시인은 첫 시집에서 근원적 존재에 대한 물음을 시도했고, 두 번 째 시집에서 사람의 운명적 인연에 집중했다. 세 번 째 시집은 관계에 대한 탐구를 해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네 번째 시집은 그 사랑의 완성본으로 본다면 결국 사랑으로 귀결되는 여정을 걸어온 셈이다.
시인이 내딛는 발자국들, 그 여정의 끝에 있는 사랑은 얼굴 붉어지는 첫사랑이기도 하고 노모의 야윈 손을 바라보는 애잔한 사랑이기도 하며 제주라는 섬에서 상처입고 스러져 간 이들을 그리는 가슴 아픈 애정이기도 하다.
“발자국이 이리저리 놓여 있으면 어떤가, 마침내 그곳에 간다. 가지런한 게 이상하다. 살다보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겠지. 힘들어도 발자국을 내재. 이러구리 발걸음을 내딛자. 가다 보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집 안에서라도 이루어질 기대하는 그 사랑 말이다”라는 현택훈 시인의 발문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발을 내딛게 하는 희망의 편지 같은 시집이다.
양민숙 시인은 2004년 <겨울비>외 2편으로 시와 인연을 맺고 시집 <지문을 지우다>, <간혹 가슴을 연다>, <한나절, 해에게> 등이 있다.
제주문인협회 회원, 한수풀문학회 회원, 제주PEN회원, 윤앤율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그루 刊 값 10,000원
[작품감상]
홍시
홍시를 사다 드릴 때마다
나이 든 사람이나 먹지
단감이나 사 오라던 엄마
병실에서 창밖을 보다가
선선해지니 가을인가 보다
요즘 홍시가 나올 텐데,
혼잣말처럼 하신다
나이가 드는 것은
단단함이 사라지는 것
고깟 홍시가
사람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