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회장'(백윤식)은 자신이 사랑하는 필리핀 하녀 '에바'(마우이 테일러)의 자녀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인천 영종도 바닷가에서 바비큐 파티를 연다. 예고 없이 나타난 딸 '나미'(김효진)는 바닷가재, 대하, 가리비, 스테이크, 햄 등을 윤 회장, '주영작'(김강우), 에바, 에바의 자녀들에게 서브해준 뒤, 자신도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때 가장 먼저 집어든 음식이 다름아닌 아스파라거스였다.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주된 배경인 이 영화에서 최고재벌가 안주인답게 '백금옥'(윤여정)은 우아한 원피스를 주로 입고, 중간 중간 모피로 포인트를 준 호화로운 옷을 걸쳤다. 그래도 여타 재벌 소재 TV 드라마처럼 모피로 가득한 차림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미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늘씬한 몸매를 뽐낼만한 원피스를 입긴 했지만 모피는 몸에 대지도 않았다.
동물애호가답게 채식주의를 실천하고, 모피를 멀리하고 있는 김효진다운 행동이었다.
칸에서 오기 전 김효진은 책 한 권을 챙겨왔다. 아는 사람으로부터 선물 받은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민음사 펴냄)다.
9·11 사건을 9세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장편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2006)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35)의 첫 번째 논픽션이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육류를 생산하는 공장식 축산이 가진 치명적인 문제를 고발해 충격을 안겨준 책이다.
김효진은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물론 육식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동물이 살아 있는 동안 합당한 복지가 제공됐다면 먹어도 된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육식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마음이다.
김효진은 최근 뉴시스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사진 촬영 중 무심코 양털 위에 앉았다. 당시 아무도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사진을 보고 뒤늦게 알게 된 김효진은 칸에서 "그날 내가 무심코 실수했다. 앞으로 더욱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김효진은 26일(현지시간) '돈의 맛'의 칸 영화제 공식 프리미어 스크리닝을 앞두고 세계 각국 기자들과 가진 회견에서도 "돈을 벌려는 욕망이 맛있는 음식 먹고, 좋은 옷을 입는 것인데 당신은 채식주의자, 동물보호론자로서 그것을 어떻게 억제하고 있느냐"는 요지의 질문을 받았다.
김효진은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인간으로서 미적인 것이나 미각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더 많은 것을 위해 살아있는 동물을 해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뿐이다. 즉, 억제한다기 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프랑스는 근대 채식주의의 시조라고 불리는 글레체(1773~1843)의 나라로 1908년 세계 최초의 '채식주의자 대회'까지 여는 등 채식이 일반화됐다. 브리짓 바르도(78)로 대표되는 동물보호운동이 정점에 달한 나라다. 그러면서도 거위에게 4~5개월 동안 억지로 먹이를 먹여 '푸아그라'(지방간)를 만든 뒤 그것을 즐기는 요리가 아직도 성행해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런 나라에서 채식주의나 동물보호운동이 아직 일천한 한국에서 온 한 젊은 여배우의 개념 발언은 '돈의 맛'에 대한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여부를 떠나 '개고기'로 인해 한국이 갖고 있는 동물학대국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동시에 프랑스인들의 '푸아그라'에 대한 죄의식을 건드리 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효진의 이날 답변은 '칸 TV'를 통해 프랑스는 물론 세계 각국에 실시간 방송됐다.【칸(프랑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