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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포커스]'무너진 야심작' 예약제 왜 실패했나
[엑스포 포커스]'무너진 야심작' 예약제 왜 실패했나
  • 나기자
  • 승인 2012.05.27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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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연휴 이틀째인 27일 오전 2012 여수세계박람회(EXPO 2012 YEOSU KOREA) 행사장 엑스포 디지털갤러리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지구촌 최대 해양축제이자 바다를 주제로 한 첫 박람회인 2012 여수세계박람회(EXPO 2012 YEOSU KOREA)가 야심작으로 내건 '전시관 예약제'가 개막 16일 만에 전면 백지화됐다.

'바다 자체를 무대로 한 첫 엑스포', '첨단 IT 박람회'라는 이미지와 함께 여수엑스포의 상징으로 강조돼온 전시관 예약제가 조기에 실패하면서 예약제는 하루 아침에 야심작에서 실패작으로 전락, 아쉬움과 논란을 낳고 있다.

원인은 뭘까.

1차적으로는 사전 예매(30%)가 쉽지 않고, 현장예약(70%)도 입장 1-2시간 만에 매진되기 일쑤라는 점이다. 관람객과 조직위원회 모두 이견이 없다.

예약난에는 동감하지만, 원인을 놓고는 진단이 제각각이다.

관람객들은 시스템, 즉 인프라의 문제로 보는 반면 조직위는 관람 문화의 후진성에서 우선적 원인을 찾고 있다.

"새벽밥 먹어가며 멀리서 오전 9시까지 도착했는데 아쿠아리움 등 기대했던 전시관은 모두 현장예약이 끝나 당혹스럽다" "'오전 9시까지 오면 예약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왔는데, 도착 10분도 안돼 전 시간대가 마감돼 구경도 못하고 돌아가게 됐다. 이건 사기다"는 의견들이다.

부산에서 온 성모(49)씨는 "시스템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에도 계속 입장시킨 것이 근본적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조직위 측은 예약문화 선진화를 위해 주요 전시관을 예약제로 운영해 왔는데 예약문화에 익숙치 않은 많은 관람객들이 불편함을 호소해 고심 끝에 예약제를 전면 폐지하고 선착순으로 시스템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또 "박람회에는 볼 것이 많은데 인기전시관 하나를 보기 위해 7, 8시간 뙤약볕에서 대기하는 것은 관람객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는 판단에 예약제를 도입한 것인데 아쉽다"는 판단이다.

배영한 제3사무처장은 "세계박람회 사상 최초로 도입된 제도여서 다소의 진통은 예상했지만 스마트폰 보유자 2500만명의 IT선진국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실험적으로 시행했는데 결국 무산돼 안타깝다"며 고개를 떨궜다.

'초보 관람자나 노약자에게는 예약제가 복잡하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았다.

예약제는 기본적으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전예약과 박람회장내 85대의 미디어키오스크를 이용한 현장예약, 2가지로 나뉘며 사전예약은 엑스포 홈페이지(www.expo2012.kr) 접속→'전시관 예약' 코너→입장권 고유번호 입력→관람 희망전시관 선택 후 일자, 시간, 동반자 입력 순으로 이뤄진다.

스마트폰 앱 예약은 먼저 'EXPO2012'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뒤 '전시관 예약' 코너→ 입장권 고유번호 입력 또는 QR코드로 인식→ 관람 희망 전시관 선택 후 일자, 시간, 동반자 입력 순이다.

그리고 전시관별 예약가능 인원의 70%는 현장예약으로 채워지는데 박람회장 입장 후 미디어키오스크 위치 검색→ 예약가능한 전시관 확인→ 오른쪽 하단에 입장권 태그→ 일정 확인 후 관람 전시관으로 이동하면 된다.

입장권 예매나 현장구입 후 선착순 입장에 익숙한 국내 관람객, 특히 노약자나 IT 문외한에게는 복잡다단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특정 전시관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예약제를 1인 2개관으로 제한한 점과 예약제 대상 8개 전시관의 예약관람 가능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로 한정하되 최고 인기관인 아쿠아리움은 밤 9시 폐장 때까지 전 시간 예약제로 운영한 점도 초보 예약자에게는 혼선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박람회장 면적이나 전시관 수용규모가 한정돼 1일 7만-8만명 이상이 몰릴 경우 운용상 한계점을 드러내는 점 역시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사전 예약과 현장예매가 마감됐더라도 나머지 72개 전시관은 줄을 서서 관람할 수 있고 예약제 전시관 중 아쿠아리움을 뺀 7곳은 오후 6시 이후 자유관람이 가능함에도 현장감각이 없는 관람객들이 이를 숙지하기 쉽지 않은 점도 예약제 폐지를 불러온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조직위 고위 관계자는 "제한된 시설에서 최대한 많은 인원이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IT 기반 예약제인데 조기에 실패로 돌아가 선진 예약문화가 20∼3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결국 후진국형 '엑스포 대기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한정된 공간에 최대 인파를 수용하려던 조직위측의 '두마리 토끼 전략'이 수요 예측 실패와 관람문화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에 사상누각마냥 무너지고 만 셈이다.【여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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