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시인회 32집 《구름을 열면 내가 보였다》 발간
심상시인회 32집 《구름을 열면 내가 보였다》 발간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3.07.05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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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시인회 32집 《구름을 열면 내가 보였다》 표지
▲ 심상시인회 32집 《구름을 열면 내가 보였다》 표지 ⓒ채널제주

심상시인회(회장 박상옥)는 최근 심상시인회 앤솔로지 32집 <구름을 열면 내가 보였다>를 발간했다.

정회원 작품으로 강달수의 “쌍봉낙타”, 공영구의 “봄 할매”, 권경애의 “벚꽃 우산” 등 60편의 작품을 싣고 있다.

또 특집1로 심상시인회 신입회원의 글로 김광옥의 ‘다음에’외 2편, 김봉용의 ‘가난한 노래’외 2편, 양대영의 ‘봄 타는 여자’외 2편, 이해숙의 ‘붉은 구름’외 2편, 최원칠의 ‘벚꽃’외 2편을 싣고 있다.

특집2로 영면한 정회원의 추모로 문인수의 ‘물레’외 4편, 이보림의 ‘해무’외 4편, 한택수의 ‘오후의 볕에 볼을 비빈다’외 4편, 윤용선의 ‘나른한 섬으로’외 4편의 글을 싣고 있다.

심상시인회는 그동안 창간호 “캄캄한 항구에 닻을 내리다”에서 “내 우편함은 속이 붉다”까지 대표작 앤솔로지로 31권의 작품집을 냈다.

실로 보기 드문 서정의 금자탑이며 깊고 그윽한 서정의 심연의 아닐 수 없다.

이번에 펴내는 32집 “구름을 열면 내가 보였다”는 그 심연을 더욱 깊고 그윽하게 만들고 있다.

이 작품집은 코로나 팬데믹의 터널을 벗어나면서 순수 서정, 신서정의 진수를 세상에 내보내고 있다.

이 작품집은 밀레니엄을 전후해서 지금까지 수십 년 간 우리사회를 휩싸고 도는 암울한 구름을 열어젖히고 진정한 나를 대면하고자 하는 회원 모두의 서정적 염원을 담고 있다.
 

만인사 刊, 15,000원

<작품감상>
 

내 앞의 바다
 

김병택
 

오래 전부터 내 앞의 바다는 조금씩
잔잔한 모습의 외관을 버리기 시작했다

먼 곳에서 자주 불어오는 바람이
스산한 가슴의 빈틈에 머무를 때는
어김없이 오랫동안 마구 출렁거렸다

때론, 구석으로 밀려가는 걸 거부하며
거친 숨 몰아내는 한 마리 짐승으로,
땅을 뚫는 기계로 보일 때도 있었다

물론 태풍의 위협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눈여겨보지 않았던 그 광경들이 지금
머리에 떠오르는 이유는 나는 잘 모른다

집 뒤뜰에 서 있는 무성한 나무들 때문에
처 포착하지 못한 바다는 정말로 없었을까

안개로 뒤덮인 날의 발길 잃는 저녁이나
햇살이 골고루 뿌려진 날의 아침에는
어딘가에 숨어 있으리라는 짐작이 들었다

일부러 정신을 세우고 힘들여 나섰다면
찾아낼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았으리라

바닷물이 머리 위로 외롭게 치솟거나
폭포처럼 가슴 밑바닥으로 낙하하는
길고 긴 어두움의 시간이 전혀 아닌데도

나는 내 앞의 바다를 못 본 지가 참으로 오래다

 

해당화
 

문상금
 

척박한 모래톱에
뿌리 내린 해당화

오늘은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언덕
작은 화단으로 불러
붉은 꽃 한 송이 곱게 피웠다

전신을 타고 오르내리는
짠물에 대한 그리움으로
숨길 수 없어

밤이면 꽃가지마다
살갗을 파고드는 잔가시들

그리움이란 다 그렇지,
꽃이 지고 무성했던
잎들이 다 져도

목에 걸린
가시 같은 것들이

하늘에 구름처럼
늘 걸려있다

 

무관중 공연
 

양대영
 

무대의 막이 오르고
밴드가 들어서더니
온라인 라이브 공연이 시작된다
꽃과 바람이 앉아 있다

모니터 속에는
순식간에 실시간 댓글이 꽂히고
앙코르가 터져 나왔지만
함성 지르는 얼굴엔 그늘이 핀다

다시 돌아가는 길이 없을까

사람이 사람을 멀리 두고 있다
 

감자꽃
 

최원칠
 

세미오름, 숲길 걷다가
앞서 가는 아내를 놀래킬 요량으로
삼나무 뒤에 숨었습니다.
한참을 가다
그제사 뒷기척 없음을 알아 챈
삼십육년 살이 아내는
큰 딸아이 이름으로 남편을 불렀습니다
대답이 없자 가던 길 돌아
혼비백산 총총걸음으로
남편을 부르고 또 부르며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핏기가 가시고
앞이 캄캄해 지는 것이었습니다
장난이 심했구나 직감하며 나타나는 순간
아내는 놀라 털썩 주저앉더니
화난 듯 반가운 듯 남편을 빤히 쳐다보며
한없이 우는 것이었습니다
숲속 섬휘파람새도 따라 울었습니다
그녀를 달래며 집에 오는 길에
하얀 감자꽃 지고
남편은 아내의 손을 꼬옥 잡아 주었습니다
 

• 세미오름 :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에 있는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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