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저고리처럼 알록달록한 동심의 세계"

김정희 작가의 제주어 동시집 <땅꼿 이러리저고리>가 발간됐다.
이번 동시집은 손글씨로 쓴 제주어 동시를 표준어 동시와 함께 실었다.
언어는 읽고 쓰고 말하는 과정이 함께해야 사라지지 않고 전승된다.
그동안 소멸 위기 제주어를 살리기 위해 아동문학에서도 많은 동시집과 동화책들이 나왔지만, 감상과 낭독을 통한 읽기, 말하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번 동시집은 쓰기라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주어 캘리그라피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효은 작가가 이번 동시집 작품 전편을 제주어 손글씨로 선보인다.
책의 제목인 ‘땅꼿 이러리저고리’는 ‘채송화 색동저고리’라는 뜻의 제주어이다. 생소하지만 입 속에서 굴려볼수록 제주의 땅과 바람과 사람들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제주어이다.
이처럼 김정희 시인은 51편의 동시를 통해 다시 한번 제주의 아름다운 말과 문화를 동심에 담아 전하고 있다.
다양한 손글씨에 담긴 제주어를 읽고 보고 따라 써보며 감상을 넘어 제주어를 살려 쓰는 데 더 도움이 되고자 했다.
김정희 작가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시와 동시를 쓰고 있으며 2008년 《아동문예》 동시문학상을, 2014년 《시인정신》 시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오줌폭탄》, 《고사리손 동시학교》, 시낭송 시집 《물고기 비늘을 세다》, 제주어 동시집 《할망네 우영팟듸 자파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제주어 동시 그림책 《청청 거러지라 둠비둠비 거러지라》(제3회 한국지역출판연대 천인독자상 공로상), 《폭낭알로 놀레온 곰새기》, 사진시집 《순간, 다음으로》가 있습니다. 문학놀이아트센터 대표이자 제주문인협회, 제주아동문학협회, 한국동시문학회, 한라산문학동인, 제주어보전회 회원입니다. 현재 고향인 함덕에서 동시 전문서점 ‘오줌폭탄’을 운영하고 있다.
한그루 刊 13,000원
홍시
집에 가던 해
잠깐 멈추고 서
주머니에서 햇살 모두 꺼내
탈탈 털어
감나무에 실로 묶어두고 갔네
가을해 먹은 감들이
보들보들
톡 치면 소똥처럼
푸다닥
아이 얼굴에
에고고
건강똥처럼
떨어지는 까치밥
해의 하루
왜 아침 일찍부터 나왔나요?
하루 종일
햇살 줄 곳 많아서
왜 아침 일찍부터 나왔나요?
젖은 빨래 말려 줘야 하고
꽃에게 잘 크라고 해줘야 하고
할머니네 집 마루에도 가서 앉았다 와야 하고
작은 창문으로 해 기다리는 아이에게도
꼭 가줘야 해서
우편배달부 아저씨와 들를 곳 많아서
나비
봄 유리창에 앉았다 가면
모를 줄 알고
아닌 척 팔랑거리며 간다고
정말로 모를 줄 알고
발바닥에 꽃가루
묻은 줄 몰랐니?
소리내며 봄꽃 흔들리는데
정말로 모를 줄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