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일 사진전 ... 산지등대복합문화공간에서 내달 13일까지
박훈일 사진전 ... 산지등대복합문화공간에서 내달 13일까지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2.08.25 0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훈일#2007태풍나리100.
▲ 박훈일#2007태풍나리100. ⓒ채널제주

박훈일사진전이 21일부터 9월 13일까지 산지등대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박훈일의 이번작업은 ‘바다’다. 2006년부터 작업한 바다작품 13점이 산지등대와 만났다.

오랜 시간 바다에 머물며 바다가 뿜어내는 냄새, 온도, 습도, 소리.......등을 온몸으로 담아내는 작업이었다.

산지등대 전시공간은 8개의 작은 방으로 꾸며져 있는데 이른 새벽 검은 바위와 만나는 바다, 태풍이오는 바다, 태풍이 막 제주를 빠져나가는 바다, 모래사장에 눈이 쌓이고 내리는 바다,...... 등이 걸려있고, 방 하나에는 매립된 탑동 방파제와 해안에 떠밀려온 쓰레기들을 찍은 사진과 바닷가에 버려진 플라스틱, 폐그물, 유리병 등이 설치되어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었다.

작가는 바다가 내는 소리에 귀기울여 달라고 말하고 있다.

박훈일 (이메일: phi0907@naver.com)

박훈일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탑동의 어제와 오늘>, <오름, 시간을 멈추다>, <기억; 낯선 익숙함>,<중산간에 서다>,<바람, 나무와 꽃을 심다>, <오래된 시간의 공간 137>, <바다>등의 작업들이 있고, 현재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을 지키며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박훈일#바다 0015.
▲ 박훈일#바다 0015. ⓒ채널제주

바다는 그대의 거울

김지혜(미학)

바다는 어머니와 같다. 프랑스어에서도 바다(mer)와 어머니(mére)는 발음이 같다. 섬을 온화하게 껴안고 있는 바다의 모습은 자궁 속에서 우리를 보호하던 양수의 그것과 닮아 있다. 실제로 모든 생명은 바다가 탄생한 뒤 시작되었으며, 그 원천 또한 바다에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의 어머니이자 근원인 바다에 주목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사진작가 박훈일이다. 제주 오름의 낯선 풍경을 드러내던 그가 이번에는 제주 바다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의 사진 속에서 제주 바다는 여러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은빛 갈치와 푸른 고등어의 싱싱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듯 생생하기도 하고, 언젠가 그 한가운데 몸을 뉘이고 죽은 누군가의 넋이 미역처럼 풀어진 듯 서늘하기도 하다. 또 해변의 모래를 쓰다듬는 조심스런 자태는 사랑하는 연인을 보듬는 고요한 손길을 연상시킨다. 그 뿐이랴. 한껏 안개를 머금은 먼 풍경은 신기루가 되어 사라진 존재들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인어와 같은 반인반수 생명체에 대한 상상력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제주 바다의 모습을 자연 그대로 담고 있는 그의 사진은 강렬하고, 섬뜩하며, 고요하고, 신비롭다.

박훈일#바다002.
▲ 박훈일#바다002. ⓒ채널제주

하지만 박훈일은 이에 머무르지 않는다. 개발과 발전을 향한 무모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전시에서 함께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고로 그는 인간의 자본이 닿으면서, 본래 모습을 상실한 바다의 모습을 뷰파인더에 함께 담았다. 바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은 동양화처럼 서정적이나, 인간과 만난 바다의 모습은 서사적이다. 마치 다큐멘터리 사진처럼 말이다. 따라서 앞의 사진들은 미학적 가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며 편안하게 감상하면 되지만, 후자의 것들은 눈과 귀를 열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수용하는 노력을 요구한다. 거친 콘크리트와 철조물들이 뒤엉켜 마치 죽은 생선의 괴기스런 육체를 떠올리게 하는 후자의 바다에는 제주인들의 현재와 미래의 삶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제주에 터를 두고 사는 사람들만이 아닌 인류 전체의 문제로 환원될 수 있다.

물론 개발 메커니즘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예술가는 여럿 있다. 하지만 박훈일의 바다 작업은 다르다. 그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면서 제주 바다가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어떤 목소리로 말을 해왔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곳에 생을 편입시켜 보지 않은 자는 알 지 못한다. 환경이 변화하는 과정과정 속에 남아있는 잔잔한 생채기를. 따라서 그곳에 살아본 적 없는 이가 보여주는 예술 작품은 어쩔 수 없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으며, 그만큼의 진실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고로 온 생을 제주에 두고 작업해온 박훈일의 작품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노골적으로 자본주의나 개발지상주의를 비판하지 않는다. 작품을 전개하는 그의 어조는 매우 건조하며, 객관적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애정과 그 애정을 품어온 기나긴 시간이 있기에 그 메시지는 어떠한 성명보다 강건하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바다를 통해 반성하는 계기를 얻게 될 것이다. 더욱이 상반된 바다의 극단적 형태는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열어 다시금 현실을 주목하게 할 것이다. 보들레르 시의 한 대목처럼 말이다.

자유로운 인간이여, 항상 바다를 사랑하라!

바다는 그대의 거울, 그대는 그대의 넋을

한없이 출렁이는 물결 속에 비추어 본다.

그대의 정신 또한 바다처럼 깊숙한 쓰라린 심연.

- 보들레르, <인간과 바다> 중에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주)퍼블릭웰
  • 사업자등록번호 : 616-81-58266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남광로 181, 302-104
  • 제호 : 채널제주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제주 아 01047
  • 등록일 : 2013-07-11
  • 창간일 : 2013-07-01
  • 발행인 : 박혜정
  • 편집인 : 강내윤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내윤
  • 대표전화 : 064-713-6991~2
  • 팩스 : 064-713-6993
  • 긴급전화 : 010-7578-7785
  • 채널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채널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channel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