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애자 시인 시집 『풀각시』 발간
[신간] 이애자 시인 시집 『풀각시』 발간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2.08.14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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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자 시인 시집 『풀각시』 표지
▲ 이애자 시인 시집 『풀각시』 표지 ⓒ채널제주

이애자 시인의 신작 시조집 『풀각시』가 발간했다.

이번 시집은 총 4부에 걸쳐 60편에 가까운 시조를 묶었다.

1부 “어머니 붉은 하루를 소리 없이 파먹었다”에서는 노루발 외발처럼 달깍달깍 힘든 걸음도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맨발로 달려 나가는 어머니의 삶을 그렸다.

2부 “산 날을 헤아려보니 둥근 날도 꽤 많았네”에서는 일상에 투영된 시인의 깊고 고요한 시선이 담겨 있다.

3부 “불착 젖은 갈중이 소금꽃이 필 즈음”에는 제주 사람들의 지난한 생활사를 그렸고, 4부 “홀로 나앉아 촛불 하나 켜는 섬”에서는 제주의 아픔이자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4·3을 담고 있다.

정수자 시인은 해설을 통해 “이애자 시인의 작품 속을 거닐면 제주 특유의 바람이며 밭담과 숨비소리 등이 파도에 실려 온다. 바람만큼이나 깊숙이 서린 제주 삶의 애환이 밟히지만, 그럴수록 건실한 생의 의지가 쑥쑥 솟는 현장의 소리도 들린다.”며 “척박한 자연과 역사적 역경을 자양 삼아 새로운 날을 열어온 제주 특유의 숨비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오는 것이다. 그런 역사와 사람살이 속에서 함께 살며 시적 자원을 찾고 구하며 시인은 정형의 묘미를 천착하는 듯하다.”라고 평했다.

이애자의 시(詩)에서는 매우 잘 정제(精製)되고 절제(節制)된 언어의 유희가 거문고의 여섯 줄에 얹은 가락이나 되는 듯이 청아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율(律)과 운(韻)에 한 치의 오차도 일말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시의 순정이 마치 악사가 거문고를 무릎에 누이고 한 줄을 술대로 뜯어 청랑한 음을 생산하듯 단정한 매무시이다.

그 음인들 단지 명주실로 꼬아 오동나무 통에 얹어 놓은 선을 타고 울렸을 뿐이라고 가볍게 단정할 수 없다. 오로지 시인의 삶이 깊게 작용한 것이니 감히 그의 시어(詩語)들을 무엇에 비길까.

역사의 광풍에 온몸이 갈가리 찢겨 이제도 아파 우는 제주 섬 현대사도 이애자가 시로 엮으면 그 여운의 파동이 하늘 끝에 닿아 위무(慰撫)의 평화(平和)로 메아리진다.

마치 시인이 사는 그 마을, 모살밭(모래밭)의 모래들 알알이 모진 시대의 바람살에 휘둘려도 온 우주를 타고 넘는 멜로디에 실어 아픔을 끌어안고 천년을 살아온 모슬포(摹瑟浦)처럼 그렇게 흔연하다.

시(詩)가 시인(詩人)인지 시인이 시인지 물아일체(物我一體) 그 자체가 이애자의 시세계이다. 이는 이애자의 시를 생산하는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이애자 시인은 2002년 《제주작가》 신인상을 수상했고, 제5회 대구시조시인협회 전국시조공모 장원을 했다. 시집으로 《송악산 염소 똥》, 《밀리언달러》, 《하늘도 모슬포에선 한눈을 팔더라》, 시선집 《한라에 은하에 걸리어》가 있다.

한그루 간 값 10,000원
 

[작품감상]
 

제주 사람

부러, 바람 앞에 틈을 내준 밭담들 보라
어글락 다글락 불안한 열 맞춤에도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는 엇각을 지니고 있다
 

홀에미섬

대정 땅만 밟으면 살아나는 바람이라
대정 땅만 밟으면 살아나는 불씨라
그 누가 이곳에 와서 얕은 생각 품을까

지아비 보내고 자식까지 보낸 어미
저 거친 물살에 맘 꾹꾹 다스리며
긴긴 날 홀로 나앉아 촛불 하나 켜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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