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까지 '○○남', '○○녀' 등의 시리즈로 인터넷과 SNS가 떠들썩했다. 일련의 사건들은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누리꾼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괴담들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경찰은 괴담이 마치 사실인것처럼 SNS를 타고 삽시간에 번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3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유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서울 은평구 연신내 한 번화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 2명이 숨지고 범인은 도주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 "오후 10시 메트로 앞에서 한 번, 2시에 A 매장 앞에서 두 번, 무차별 살인이라는데 소름 끼친다"며 "범인은 베이지색 바지에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는 제보가 줄을 이었다.
지난 26일에는 SNS를 통해 "강동구 둔촌동에서 여고생이 인신매매를 당할 뻔했다"는 글이 퍼졌다. 이어 "강동구에서 할머니와 남자 둘이 인신매매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 등의 증언(?)이 잇따랐다.
동시에 경찰이 변사체를 옮기는 사진과 함께 '수원역 로데오 살인사건'이라는 글이 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졌다. 수원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 시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서울경찰청과 경기경찰청은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연신내 살인사건'과 '강동구 인신매매'는 사실이 아니며 '수원역 로데오 살인사건'은 60대 노숙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자살한 변사사건"이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유언비어 유포 사건이 계속되면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 정작 실제 상황에는 대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경찰들의 집중력 감소와 실제 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의 자제를 당부했다. 또 괴담의 유포자는 현행법상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출동 소모비용도 엄청나지만 오인 출동으로 인한 심리적 허탈감도 크다"며 "긴장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실제 상황 출동 시 시민에게 경찰이 미숙하게 대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명백한 사실이 아닌 괴담을 유포한 사람에게는 위계에 따른 공무집행방해와 허위사실유포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으며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며 "GPS 추적을 이용할 수 있는 위치정보보호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처벌규정의 미흡을 이같은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SNS 등에서 유포되는 허위 정보에 대한 규제 방법 등이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택수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허위사실을 유포한다해도 악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법적처벌 근거가 미약한 것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원살인사건과 같이 최근 일어난 강력범죄들로 정보를 쉽게 믿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한다"고 평가했다.
현 교수는 "SNS 상에서 자정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면서도 "SNS 속성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허위정보 유포에 대한 법적인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석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SNS가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문이 확대·재생산되는 것이 문제"라며 "허위사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규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