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태훈 시인의 네 번째 시집 『고요히 달려온 하현달』이 출간했다.
이 시집은 제1부 돌담에도 한이 서리고 제2부 비바리의 꿈 제3부 온돌방 제4부 일념 하나로 제5부 당포의 겨울바람아 등 70편에 가까운 시를 싣고 있다.
‘고요히 달려온 하현달’이란 시에서 ‘반달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접어놓은 흔적’이라든지 ‘그렇게 환하지는 않게/ 그러나 외롭지는 않게’ 등에서 서정적 자아의 투영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외로운 찻잔’의 시에서의 사물은 서정적 자아가 투영된 물질이다. 새로운 생명을 얻는 나로 대체된다. 이 시에서는 ‘찻잔’ 그 역할을 담당한다. 나와 가깝게 지내던 사람처럼 찻잔 역시 함께였던 사물인 까닭이다. 상대와 나를 이어주는 이음의 자세가 바로 ‘찻잔’이나 셈이다.
‘멈춰 선 벽시계’란 시를 보면 벽시계가 멈췄다는 사실은 배터리를 가시 갈아 끼울 시기가 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인은 벽시계를 통해 ‘인생’을 돌아보고 있다. ‘시들던 심장이 다시 뛰면서/ 새봄을 맞았으면’ 하는 소망이 벽시계에 깃들어 있다. 이 시에서도 여전히 상실감이 묻어난다.
이 시집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정서는 그리움 혹은 외로움이다. 그것이 비롯된 출처는 ‘아내’라고 볼 수 있다.
아내가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다 돌아갔음을 짐작하는 시구들이 군데군데 발견된다. 그 절절한 마음이 시에 녹아 흐르기 위에 시인은 다른 목소리를 빌려온다.
강태훈 시인의 시집 전체에서 보이는 하나의 이미지는 ‘너에게 나를 보내는 서정(抒情)’이라고 할 것이다.
‘나에게 너를 보내는 서정(抒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시집은 아내에게 ‘나’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 시키는 결과물이다.
‘떠남’과 ‘남아 있는’ 관계 맺기라 할 것이다. 인간의 영혼은 어디로 귀속되는지 모르지만 살아남은 자는 끊임없이 그 영혼을 위로하고 불러들임으로써 현재의 삶을 이어간다.
강태훈 시인은 서귀포 출생으로 32년간 공직 생활동안 남제주군수, 제주도청 내무국장, 제주도 지역경제국장, 개발국장, 공보관 등을 역임했다.
2009년 <서울문학인> 신인상 등단했고, 시집 <먹구슬나무에게 그리움을 묻다>, <어머니와 바릇잡이>, <군자란 꽃> 등이 있다.
다층 刊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