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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레이디 가가 왕국, 도시 해방구·욕망 분출구
[초점]레이디 가가 왕국, 도시 해방구·욕망 분출구
  • 나기자
  • 승인 2012.04.28 2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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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가린 그녀의 성(城)은 공고해 보였다. 말을 탄 성의 주인은 호위병과 함께 주변을 돌며 낯선 이를 경계했다. 하지만 중세 분위기를 풍기는 성의 거대한 윤곽이 드러나면서부터 긴장이 풀렸다.

성 안팎에 산재한 욕망의 기운이 충돌하면서 주변은 정념의 기운으로 넘실댔다. 그리고 결국 성(性)이 열리며 쾌락과 환희의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어 감동과 여운이 짙게 맴돌았다.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26)의 왕국인 '킹덤 오브 페임'은 도시의 해방구이자 욕망의 분출구였다. 서울 안에 있었지만 딴 곳에 속했다. 가가를 교주로 모시는 5만명은 일제히 그녀를 찬양했다.

27일 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쳐진 가가의 월드투어 '본 디스 웨이'의 출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16 레이디 가가 내한공연'은 가가가 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증명했다.

'거번먼트 후커(Government Hooker)'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 '블러디 메어리(Bloody Mary)' 등 가가가 지난해 발표한 '본 디스 웨이' 수록곡 위주로 '일렉트로 메탈 팝 오페라' 콘셉트로 꾸민 100분간의 공연은 웅장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에 받은 것에 대해 분을 푸는 듯했다. '무엇이 18세 공연인지 보여주겠다'고 작심이라도 한 듯 성적인 요소가 가득했고 총 쏘는 퍼포먼스도 남발됐다.

 

'헤비 메탈 러버'를 부를 때는 앞에 키보드를 달고 뒤에 태극기가 꽂힌 긴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와 끈적한 동성애를 거침없이 표현했다. 자신이 오토바이 위에 드러눕고 여자 백댄서가 가가의 몸 위에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짓을 해댔다.

'알레한드로(alejandro)'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여러 명의 남자 백댄서, 여자 백댄서와 함께 소파에 누워 성관계를 동시에 벌이는 듯한 퍼포먼스를 했다.

가가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다"고 주장하며 그녀의 공연을 반대한 기독교 측이 콘서트 직전까지 공연반대 기도회를 열었지만 소용 없었다.

'주다스'를 부를 때는 성경에서 배신의 상징으로 통하는 가롯 유다를 떠올리게 만드는 퍼포먼스로 한국 기독교에 응수하는 듯했다. 당시 공연장 밖에서는 공연 반대 1인 피켓 시위 등이 있었으나 기독교 단체의 집단 시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국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광우병이 떠오르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생고기로 만든 옷으로 화제와 비난의 대상이 된 바 있는 그녀는 '아메리카노'와 '포커 페이스'를 부를 때 생고기를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고 생고기처럼 갈고리에 매달려 등장했다.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그녀의 성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파파라치'와 '블랙 지저스' 등으로 흥을 돋운 가가는 마지막곡 '메리 더 나이트'를 부르며 밤과 하나가 됐다. 남자 백댄서를 상대로 성행위 동작을 보여주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불이 커지고도 팬들의 연호가 끊이지 않자 무대 중앙까지 나와 기타처럼 생긴 건반을 두드리며 밤을 하얗게 밝혔다.

파격적인 음악과 퍼포먼스, 자유분방함으로 표현의 자유시비로 진통을 겪고 있는, 아직도 엄숙주의가 엄연한 대한민국의 밤을 조롱했다.

이날 잠실 종합운동장 역은 야구경기장을 찾은 3만명까지 총 8만명이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휴대 전화는 한동안 불통이었으며 개찰구를 빠져나가는 데만 5~10분이 소요됐다. 이에 따라 팬들의 입장이 늦어지며 공연이 25분 가량 지연됐다. 가가의 팬답게 노출도 불사한 팬들의 의상을 구경하는 재미는 색달랐다.

콘테이너 40여개와 전세 비행기 2대분 장비 등 물량이 투입된 무대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주경기장이 워낙 큰 탓에 무대와 지정석 거리가 너무 멀어 양 쪽의 스크린으로는 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없었다. 가가의 목소리를 비롯, 깨지는 음향 역시 옥에 티였다.

공연 1주 전 내한, 각종 화제를 몰고 다닌 가가는 공연을 통해 자신의 명성을 입증하며 월드 투어의 성공적인 신호탄을 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등 11개국으로 콘서트를 이어간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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