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06-05 22:22 (목)
'옥세자' 몰입방해 전개와 연출, 어찌할꼬
'옥세자' 몰입방해 전개와 연출, 어찌할꼬
  • 나기자
  • 승인 2012.04.27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BS TV 수목극 '옥탑방 왕세자'(극본 이희명·연출 신윤섭)가 빠듯한 제작 시간에 쫓긴 탓인지, 제작비 절감을 위해서였는지 26일 방송된 제12회 앞뒤로 스토리나 연출 모든 면에서 어설픈 장면들을 내보내 빈축을 샀다.

이날 방송은 전날 방송된 제11회 끝무렵에 나온 화재신에서 이어졌다. '이각'(박유천)은 거래처에서 중요한 계약을 하기 직전, 심복 '송만보'(이민호)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물류창고에 화재가 일어났고, 그 안에 '박하'(한지민)가 고립돼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바로 달려나온 이각은 차를 몰아 한달음에 사고 현장에 도착한다.

문제는 도착 속도였다. 물류창고 직원들이 이미 119로 화재신고를 했는데도 먼저 도착한 것은 이각이었다. 이각이 박하를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 뒤에야 경찰차와 119구급대가 도착한다. 게다가 소방차는 화재신이 다 끝나도록 나타나지 않았고, 불길을 잡기 위해 물이나 소화액을 뿌리는 장면도 없었다. 박하를 구출해서 나오는 이각 뒤로 소방관복을 입은 엑스트라의 뒷모습이 살짝 스쳐지나간 것이 전부였다.

아무리 이각과 박하의 러브라인이 급진전돼야 할 필요가 있고, 이각과 박하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등 스토리 전개를 위해 꼭 필요했던 화재신이었다고 해도 소방차 보다 빨리 등장한 이각은 무리한 설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각이 간 화장품 회사와 물류창고가 인접해 있다는 복선을 미리 깔아놓았다면 스토리의 밀도가 좀 더 높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까지 들 정도였다.

더불어 화재신에서 유리 창문이 곳곳에 있는 것이 비쳐졌는데도 불길과 유독가스로 가득한 창고 안에 갇힌 박하는 물론 밖에 있던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탈출이나 환기를 위해 창문을 깨지 않았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 설정이었다.

제작진의 세심하지 못한 연출은 이날 방송 말미에도 등장했다. 시청자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이각과 박하의 키스신에서다.

박하가 편지 한 장만 남겨둔 채 갑자기 사라진 뒤 밤새 불안해 하던 이각이 다음날 돌아온 박하에게 "하루 종일 네가 보고 싶었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고 말하며 한 줄기 눈물을 흘리고, 이미 이각을 사랑하고 있던 박하는 그 고백을 들은 뒤 역시 오열하며 "맨날 지 마음대로야"라면서 돌아선다. 그런 박하를 이각이 되돌려 세우며 키스를 한다. 그 위로 백지영(36)의 애절보이스로 OST '한참 지나서'가 흐르는 가슴 찡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러 커트로 나눠 찍어 편집해 내보낸 키스신에서의 남녀 주인공의 입술 위치가 각기 달랐다는 점이다.

첫 커트에서는 이각의 입술이 박하의 턱, 박하의 입술이 이각의 인중에 맞닿아 있다. 그런데 다음 커트에서는 정확히 이각의 윗입술과 박하의 아랫 입술이 겹쳐져 있다. 그런데 다시 다음 커트에서는 이각의 아랫입술과 박하의 윗입술로 옮겨져 있다. 그리고 다시 그 다음 커트에서는 첫 커트 장면으로 되돌아와 이각의 입술과 박하의 턱, 박하의 입술과 이각의 인중이 맞닿아 있다. 여러 커트를 나눠 찍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실수라고 해도 너무 엉성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 키스신은 300년을 타임슬립해 2012년 한국으로 온 조선의 왕세자 이각이 전생의 인연인 박하와 만나 티격태격하면서 조금씩 사랑을 키워가다 본격적인 러브라인을 펼치게 되는 전환점이 되는 장면으로 큰 의미가 있다. 게다가 시청률 부진에 빠진 '옥탑방 왕세자'의 회심의 역전 카드였을 듯하다. 이각을 연기한 박유천(26)은 키스를 하면서 한 줄기 눈물을 흘리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쳤으나 어줍잖은 연출 탓에 빛이 바래고 말았다.

이처럼 어이없는 키스신에 일부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상대의 턱과 인중에 입술을 댔던 키스를 '조선식 키스'라고 부르며 조소를 보냈다.

많은 시청자들은 "아무리 비현실적인 '판타지 드라마'라는 것을 이해하고 본다고 해도 설득력 없는 상황 전개나 엉성한 연출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등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방송은 AGB닐슨 전국기준 시청률 집계에서 11.3%를 기록, MBC TV '더 킹 투 하츠'(10.7%)로부터 하룻만에 2위 자리를 탈환했다. 그러나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는 KBS 2TV '적도의 남자'(15.2%)에는 여전히 압도 당했다.【서울=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주)퍼블릭웰
  • 사업자등록번호 : 616-81-58266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남광로 181, 302-104
  • 제호 : 채널제주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제주 아 01047
  • 등록일 : 2013-07-11
  • 창간일 : 2013-07-01
  • 발행인 : 박혜정
  • 편집인 : 강내윤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내윤
  • 대표전화 : 064-713-6991~2
  • 팩스 : 064-713-6993
  • 긴급전화 : 010-7578-7785
  • 채널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채널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channel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