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순씨 《은퇴 해녀의 불면증》 발간
문봉순씨 《은퇴 해녀의 불면증》 발간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2.01.28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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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밭을 일구며 물숨의 삶을 건너온 해녀할망들의 이야기
문봉순씨 《은퇴 해녀의 불면증》 표지
▲ 문봉순씨 《은퇴 해녀의 불면증》 표지 ⓒ채널제주

문봉순 제주섬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이 바다밭을 일구며 물숨의 삶을 건너온 해녀할망들의 이야기 《은퇴 해녀의 불면증》 발간했다.

어느 날, 80대의 은퇴 해녀가 불면증을 호소하며 굿을 청했다. 심방(제주의 무격)들은 그 원인을 선앙이나 일월조상에서 찾았다.

하지만 이 굿을 보던 한 젊은 연구자는 거기에 숨겨진 다른 원인을 더듬어 보았다. ‘할머니의 불면증은 누군가의 어머니, 아내, 제주 여성이기에 강요당한 무엇과 닿아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제는 몸이 아파 바다에도 들지 못하는 늙은 해녀할망이 이제야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채 내뱉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쌓여 마음의 병이 되었다는 걸 짐작하게 된 순간부터 말이다.

“은퇴 해녀의 불면증”은 저자가 굿청에서 우연히 만난 은퇴 해녀처럼, 온 생을 바다에 뛰어들어 가족에게 바쳤던 해녀할망들이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 그 사연을 묻고 듣고 기록한 책이다. 각각의 개인사를 말하지만 그 이야기는 근대 제주의 모습과 마을의 원풍경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고, 마침내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와 닮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1부에서는 제주의 부속섬인 우도 해녀 11명의 인터뷰를 실었다. 해녀가 된 과정과 물질 작업, 출가 물질 등을 통해 해녀로서의 일생을 들려주고, 그 삶으로 이룬 것과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한다.

2부에서는 제주의 동쪽 마을 해녀 8명의 인터뷰를 통해 해녀 공동체의 신앙을 살펴보았다.

3부에서는 해녀들이 삶을 바친 바다밭, 그중에서도 온평리 바다밭을 통해 해녀할망들이 보낸 세월만큼이나 변해버린 바다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책에는 제주해녀이기에 겪어야 했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기쁨도 슬픔도 같이 나누며 물숨의 세월을 건너온 그들은, 자신들보다 더 늙어버린 바다를 보며 한숨을 짓는다.

저자는 존경과 애정을 담아 이 책을 불면증의 처방전으로 내놓고 있다. 박정근 작가의 영혼 어린 사진도 힘을 더한다.

이 책은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2021년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발간되었다.

문봉순씨는 경남 진주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다가 굿 공부를 하겠다고 제주도로 왔지만, 정작 공부는 않고 사람들과 잘 노는 궁리를 하며 신당과 제주굿, 무형문화재를 주제로 전시, 축제, 강좌 등을 진행했다. 요즘은 제주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 듣는 일을 제일 큰 재미로 삼고 있다. 어머니, 할머니, 동네 삼춘까지 모두가 연결된 여성들의 연대와 그 연대 안에서 전달되는 삶의 지혜와 생존기술을 발견하는 것. 오늘의 자파리이자 숙제이다.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연구실장, 제주문화예술재단 무형문화유산팀 팀장을 거쳐 제주섬문화연구소 연구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신당조사」, 《제주해녀문화총서》 발간 사업의 연구원으로 참여했으며, 논문으로 「제주심방의 입무의례 연구」가 있다.

한그루 刊 272쪽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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