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사람 시인선이 57번째 작품으로 김애리샤 시인의 『치마의 원주율』을 출간,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있다.
이번 시집은 김애리샤 시인이 2018년 『히라이스』를 낸 이후 두번째 작품으로 시인의 삶을 관망하며, 서사한 것 같은 표현이 그 특징이다.
시인은 섬(강화)에서 태어나 섬(제주)에서 사는 이력답게 시집 전반을 넘나드는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문체에 물비린내가 섞여 있으며, 제주의 중요 구성요소인 바람 냄새도 물씬 풍긴다. 그래서일까 시편을 넘길 때마다 눈이 올 것 같고 날개가 돋을 것 같은 상상을 부추긴다.
『치마의 원주율』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김애리사 시인 첫 시집 『히라이스』에서 보여 준 외로움과 그리움의 정서가 이어지고 있다.
부모의 부재로 홀로 견뎌야 했던 시간들을 가난이나 죽음이 불편한 시선처럼 존재하는 삶으로 표현했으며, 시집 안에는 '없음'의 상실감을 안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치열하게 녹아 있다.
과거의 비극적인 삶에서 파편화된 고통들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도 그렇다고 내치지도 않으며, 시인은 자신을 거칠고 강하게 몰아붙인다. 아직은 좀 더 떠돌겠다는 듯 온몸으로 생을 감내하겠다는 듯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시집에 쓴 ‘시인의 말’은 마치 서시처럼 시의 집으로 길을 안내하고 있는 듯하며, 특히 마지막 문장 "나는 나 때문에 고아가 되었다"는 표현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해설을 쓴 이병국 문학평론가는 "김애리샤 시인이 반복적으로 구성해내는 고통의 순간과 그로부터 파생된 존재의 자기염오(自己厭惡)가 지닌 정동은 유토피아를 상실한 자가 ‘시’라는 헤테로토피아를 통해 결여를 재영토화하려는 수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애리샤 시인은 "강화도에서 태어나 지금은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살고 있다" 말하고 "시를 읽는 것만 좋아하다 동인 활동을 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며 "제주도 풍경을 사랑하며, 그리고 그 풍경 너머의 또 다른 풍경을 시로 형상화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풍경을 관찰하는 이유는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해안도로와 오름을 좋아한다"며 "퇴근을 하면 일부러 먼 곳을 돌아 집으로 가곤 한다. 시가 지도가 되어 주지는 않겠지만 나침반이 되어 주기를 바라며 시의 길을 가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애리샤 시인의 『치마의 원주율』 시집은 알라딘커뮤니케이션에서 온라인을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