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상훈 작가의 동화 『졌짤싸』가 최근 출간했다.
동화는 초등학교 선생님인 작가가 실제 여자축구부를 지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승패와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공을 힘껏 차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5년 만에 대회에 나가는 해원초등학교 여자축구부는 대회 전적이 없는 상황. 승리까지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한 팀으로 함께 땀 흘려온 친구들을 믿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해 힘껏 공을 차보기로 한다.
장래 희망이 언제나 축구선수였던 공격수 보현이, 큰 체격으로 필드에선 위협적이지만 수줍고 감수성이 풍부한 주장 지민이, 공만 보면 온몸을 내던지는 근성 있는 수현이를 비롯해 열한 명의 아이들은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축구 이야기’가 있다.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해원초등학교 여자축구부의 뜨겁고 생생한 못흐을 엿볼 수 있는 동화다.
고상훈 작가는 제주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고 있으며, 2019년 공무원문예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동화 『졌잘싸』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첫 번째 이야기이다.
P. 36 “우리는 지금 열한 명입니다. 우리가 열한 명인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린 열한 명이 아니라 한 팀이 되어야 해요. 한 팀이 되는 순간, 우리 팀을 반대하는 주변을 멋지게 설득할 수 있을 거예요. 처음은 어렵고 힘들고 또 창피하거나 화가 날 수도 있어요. 다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즐겁게 배우면서 조금씩, 천천히 하나의 팀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P. 124 “어제 내가 여자축구 영상을 봤는데, 시작하자마자 중앙선에서 슛을 날리고 시작하는 것도 괜찮겠더라고.”
“그래도 돼? 킥오프 할 때?”
“어, 상관없던데? 약간 골키퍼 키가 작으면 머리 위로 슛을 날리고 시작하는 거지.”
P. 130 경기가 열리는 운동장은 열기가 대단했다.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검은색 진짜 심판복을 입고 있는 주심, 노란색 깃발을 들고 있는 부심과 기온, 시간, 점수까지 한 번에 표시되는 전자식 점수판. 이곳저곳에 걸린 필승을 다짐하는 현수막들, 제각각의 유니폼 색으로 모여 뭐라 뭐라 구호를 외치며 워밍업을 하고 있는 여러 초등학교의 선수들까지.
P. 145 “재밌었어. 축구 진짜 잘하더라.”
그라운드에 누워 흐느껴 울고 있는 하선연에게 지민이가 손을 내밀었다. 하선연은 지민이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지민이는 함께 울고 있었다. 대회를 위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겪었을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두 팀은 중앙선을 기준으로 서서 서로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운동장을 한꺼번에 빠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