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적으로 제작되어 온 학교 졸업 앨범 이대로 좋은가”
“관행적으로 제작되어 온 학교 졸업 앨범 이대로 좋은가”
  • 강내윤 기자
  • 승인 2020.08.10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교사노동조합, “졸업 앨범 간소화 및 다른 방안 모색, 제도적 방안 마련 시급”
“제주 교사의 절반 이상 졸업 앨범에 담긴 본인의 사진 범죄에 악용될까 불안하다”
“여교사들이 느끼는 불안이 남교사들에 비해 매우 크다는 것으로 나타나”

제주교사노동조합은 10일 최근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정보를 악용한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 맞춰 관행적으로 제작해 온 학교 졸업 앨범에 담긴 개인정보에 대해 교사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서울교사노동조합에 이어 실시했다고 밝혔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대부분의 학교 졸업 앨범에는 학교에 근무하는 전교사의 사진과 이름, 졸업하는 전체 학생들의 개인 증명사진과 이름, 전체 학생들의 개인 프로필 사진, 학급 단체 사진, 여러 단체 학교 활동사진 등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20년 8월 6일부터 2020년 8월 7일까지 2일간 제주도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는 총 777명(유치원 16명, 2.1%, 초등학교 444명, 57.1%, 중학교 153명, 19.7%, 고등학교 143명, 18.4%, 특수학교 13명, 1.7%)이었다며 이 중 남교사는 195명(25.1%), 여교사는 578명(74.4%)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 96명(12.4%), 30대 301명(38.7%), 40대 225명(29%), 50대 이상 153명(19.7%)이었다고 밝혔다.

또 설문 조사 결과,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전체의 증명사진이 졸업 앨범에 들어가는 학교는 93.6%, 졸업하는 학생 담임교사의 사진만 들어가는 경우는 2.7%, 희망하는 교사 사진이 들어가는 경우는 2.2%였다. 전체 교사들의 증명사진을 앨범에 넣을 것인가에 대하여 사전에 전체 교사회의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거치는 경우는 전체의 6.1%에 불과했다. 졸업 앨범에 게시된 교사 사진과 관련하여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하여 19명(2.4%)이 “있다”고 답하였으며, 다른 교사가 피해를 입은 사례를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153명(19.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은 피해사례로는 졸업 앨범에 나온 사진을 보고 학교로 연락와서 서로 알고 지내고 싶다고 하며 스토킹을 당한 경우, 학기 초에 학부모 단톡방에 교사 사진을 올리는 경우, 유튜브에 선생님 사진 보여주며 욕하는 사례, 학부모가 연락이 와서 자기 동생이 선생님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한다고 소개팅을 해보라고 한 경우, 학생이 페이스북에 교사 사진을 희화화 하여 올려놓는 경우, 앨범 및 교사 현황판 사진이 학부모들 사이에 문자로 전송되고 있다는 등의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사례 등을 적어 놓았다.

또 디지털 자료를 올리고 공유하기가 매우 쉬워진 환경에서 디지털 자료를 이용한 폭력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주요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평소 졸업 앨범에 수록된 본인의 사진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393명(50.6%), 그렇지 않다는 경우는 189명(24.4%)로 나타났는데, 남교사들에 비해 여교사들이, 연령대가 낮을수록, 불안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서울교사노조가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에선 70.6%가 불안하다는 응답을 보인 것과 비교하여 제주지역교사들은 불안감의 정도가 덜한 편으로 나타났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은 “이러한 차이는 제주 교사들이 다른 지역 교사들에 비해 피해 경험 또는 사례를 덜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범죄의 대상이 주로 젊은 여성이라는 점과 고경력 교사들의 경우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만들어 온 앨범에 자신의 사진 정보가 실리는 것에 대해 익숙해져 있는 반면 연령이 낮은 교사일수록 디지털 정보의 무단이용으로 야기되는 인권 침해에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 정보를 악용한 범죄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현실과 교직에 다수를 차지하는 여교사들의 불안 정도를 고려할 때 관행적으로 만들어오던 졸업 앨범에 대하여 달라진 시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대안(중복선택 허용)으로 교사들은 교사 사진 게시를 최소화(졸업 앨범 간소화)하는 방안(55.1%), 변화된 시대에 맞게 졸업 앨범 대신 졸업을 추억하는 다른 방안 모색(46.1%), 졸업 앨범을 비롯한 교사의 초상권 문제와 관련한 법률적, 제도적 방안 모색(55.6%)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은 “학교 졸업 앨범을 제작하는데 포함되는 교사나 학생의 사진 정보는 정보를 제공하는 자의 의사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제공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며 “또한 과거와 달라진 디지털 환경에서 학교 교직원의 사진, 학생들의 사진 정보를 과연 어디까지 졸업 앨범에 담을 것인가는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고 강조했다.

이어 “이와 같이 학교 현장에서 아무 생각없이 관행적으로 해오던 것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고 들여다 봐야만 한다”며 “뭐 그까짓것 그정도 가지고 그러느냐 피해 사례가 얼마나 된다고 그러느랴 그런거 따질꺼면 교사 하지 말아야지 등과 같은 의식을 고수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나타날 것이 뻔하다”고 했다.

또 “아울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졸업앨범에 교사 사진을 게재하는 것 이외에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교육 현장에는 쌓이고 쌓였다”며 “제주교육의 미래를 위해 제주 교사와 제주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 생활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인권 감수성 차원에서 뭐가 진짜 문제인지 들여다 보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주)퍼블릭웰
  • 사업자등록번호 : 616-81-58266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남광로 181, 302-104
  • 제호 : 채널제주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제주 아 01047
  • 등록일 : 2013-07-11
  • 창간일 : 2013-07-01
  • 발행인 : 박혜정
  • 편집인 : 강내윤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내윤
  • 대표전화 : 064-713-6991~2
  • 팩스 : 064-713-6993
  • 긴급전화 : 010-7578-7785
  • 채널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채널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channel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