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53)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축구대표팀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최종전에서 후반 20분과 26분에 터진 이동국(전북), 이근호(울산)의 연속 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더한 한국은 4승1무1패(승점 13), B조 1위로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레바논(3승1무2패 승점 10)은 같은 시간에 아랍에미리트(UAE)에 2-4로 졌지만 조 2위를 지켜 최종예선에 나가게 됐다.
이로써 최종예선에 출전하는 10개국도 모두 정해졌다. B조의 한국, 레바논을 비롯해 이라크, 요르단(이상 A조), 우즈베키스탄, 일본(이상 C조), 호주, 오만(이상 D조), 이란, 카타르(E조)가 진출한다.
최강희호의 황태자는 역시 이동국이었다.
최강희 감독의 감독 데뷔전이었던 지난 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렸던 이동국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또 골을 넣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오른쪽 날개에서 이동국을 지원한 이근호도 쐐기골로 힘을 더했다. 해외파의 명암은 엇갈렸다. 선발로 나온 공격수 박주영(아스날)은 이동국과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반면 후반에 교체로 나온 기성용(셀틱)은 경기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에서 34위로 91위인 쿠웨이트에 크게 앞섰지만 전반 경기 내용은 예상 밖이었다. 이동국과 박주영의 투톱 카드는 사실상 실패했다. 이들 때문에 미드필드진의 밸런스도 함께 무너진 모습이었다.
초반부터 쿠웨이트의 공세가 매서웠다. 원정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소극적인 전술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였지만 달랐다.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골을 노렸다.
쿠웨이트는 전반 3분 알 무트와가 수비수와 경합 중 페널티박스 안에서 넘어져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하지만 심판은 시뮬레이션 액션을 선언해 다행히 노란 카드를 꺼냈다.
조짐이 좋지 않았다. 전반 7분에는 왈리드 주마가 기습적인 중거리 슛으로 정성룡을 놀라게 했다. 한국은 좌우 측면을 통해 공격의 물꼬를 트는 방식으로 경기 템포를 조절해 나갔지만 여의치 않았다.
오히려 쿠웨이트는 미드필드진이 전반적으로 앞선으로 많이 올라와 좌우와 정면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활발한 패스플레이와 적극적이고 빠른 공격 템포로 한국을 흔들었다. 전반 중반까지 한국 수비진은 공을 걷어내는 데 급급할 정도였다.
한국은 전반 28분에 이동국이 왼쪽 수비의 뒷공간을 활용해 로빙패스를 올렸고 왼쪽 측면에서 쇄도하던 한상운(성남)이 회심의 왼발 슛으로 연결했지만 오른쪽 골포스트를 살짝 빗겨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에 나온 가장 좋은 장면이었다.
한국은 무기력하게 쿠웨이트에 끌려 다니며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후반 초반에도 비슷했다. 쿠웨이트는 후반 시작과 함께 유세프 알술라이만의 기습적인 중거리 슛으로 기선을 잡았다. 크로스바에 정확히 맞아 한국 입장에서는 또 한 번 간담이 서늘한 장면이었다.
결국 최강희 감독은 후반 6분에 김두현(경찰청)을 대신해 기성용(셀틱), 19분에 한상운을 빼고 196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을 투입,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기성용이 활발한 움직임과 패스, 압박으로 분위기를 가져온 가운데 후반 20분 드디어 골이 터졌다. 이근호가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깔아준 크로스를 김신욱이 수비수와 경합하면서 흘리자 페널티박스 정면에 있던 이동국이 왼발 슛으로 연결해 골문을 갈랐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6분 만에 추가골까지 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26분 이동국이 왼쪽 45도 지점에서 올린 크로스가 경합 끝에 흐르자 쇄도하던 최효진이 잡아 이근호에게 밀어줬고 이근호는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때려 골을 터뜨렸다.
▲최종순위(B조)
1. 한국 4승1무1패(득 14, 실 4) 승점 13
2. 레바논 3승1무2패(득 10, 실 14) 승점 10
3. 쿠웨이트 2승2무2패(득 8, 실 9) 승점 8
4. UAE 1승5패(득 9, 실 14) 승점 3
【서울=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