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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문재인 경쟁 구도 본격화?
안철수-문재인 경쟁 구도 본격화?
  • 나기자
  • 승인 2012.02.12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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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부산 승리가 관건...안철수, 재단 출범으로 재도약?

 
12월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야권의 대권 레이스에서 양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안 원장은 야권에서 박근혜 새누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꺾을 유일한 대항마로 통했지만 최근 문 이사장의 존재감이 서서히 커져가면서 경쟁 구도를 만들어 가는 양상이다.

문 이사장은 지난 6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대선 주자 양자대결에서 44.9%의 지지율을 기록해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뒤 박 위원장(44.4%)을 처음으로 제쳤다.

안 원장도 여전히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로서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안 원장은 51.5%의 지지율로 40.0%를 얻은 박 위원장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야권에서 6개월 가까이 독주 체제를 지키던 안 원장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에 있는 반면 문 이사장의 지지율은 야권 통합 이후 민주통합당의 선전과 맞물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다자 대결에서도 문 이사장은 19.3%의 지지율로 안 원장(21.2%)을 바짝 추격했다.

안 원장은 대부분의 조사에서 박 위원장에 앞서가고 있지만 문 이사장의 지지율은 조사에 따라 다소 거품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SBS와 TNS 코리아가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양자 대결에서 문 이사장은 36.4% 얻어 46.6%를 기록한 박 이사장에 10.2% 가량 뒤졌다. 안 원장은 47.4%로 박 위원장(38.3%)에 9.1% 앞섰다.

그러나 문 이사장의 지지율이 상승 추세에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지지율에서는 안 원장이, 분위기에서는 문 이사장이 우위에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정치 참여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동안 문 이사장이 야권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서서히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에서 안 원장과 문 이사장이 서로의 페이스메이커(pacemaker)의 역할을 하게 됐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페이스메이커는 마라톤에서 특정 주자의 승리를 위해 어느 지점까지 같이 달려주면서 그 주자의 속도를 높여주는 보조 주자를 뜻한다.

정해구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누가 최종 주자가 될 것인지는 추후 주권자인 국민이 정할 것"이라며 "그때까지 상호 신뢰를 유지하면서 서로에 대해 페이스메이커가 돼주는 관계, 바로 그것이 현재 두 사람 간에 가장 필요하고도 적절한 관계"라고 말했다.

◇문재인, 부산 승리가 관건

문 이사장이 안 원장에 비해 대권 가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부분은 민주통합당과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고, 4월 총선을 통해 지지율 급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문 이사장은 야권 통합 이후 민주통합당에 합류했고 4·11 총선 부산 사상구 출마를 선언했다. 친이(친이명박)계인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다. 안 원장이 총선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문 이사장이 부산에서 승리한다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재 야권에서 안철수-문재인 양강 구도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문 이사장이 부산에서 당선된다면 양강 구도에서 (문 이사장) 독주 구도로 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문 이사장과 부산에서 공동 전선을 펴고 있고,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 송인배 변호사 등 상당수의 친노 인사들이 PK(부산·경남) 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들이 PK 지역에서 대거 당선된다면 문 이사장이 2002년 '노무현 돌풍'과 같은 바람을 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PK가 12월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높아 이 지역에서 대표성을 획득한 후보에게 시선이 쏠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야권 관계자는 "친노 세력이 부산에서 승리할 경우 문 이사장은 전통적인 민주통합당 지지세에 PK라는 지역 기반을 등에 업고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부상할 것"이라며 "당권도 친노계가 갖고 있어 다른 야권 주자들에 비해 두세걸음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이사장 측은 현재 총선 승리에 모든 힘을 쏟고 있어 그 이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의 지지율 상승세가 총선전과 대권 가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캠프 내에서도 자신감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안철수, 재단 출범으로 재도약?

안 원장 측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안 원장은 6일 '안철수 재단(가칭)' 설립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은 것인지 고민 중"이라며 "정치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정치 문제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던 안 원장이 자신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다수의 정치권 인사들은 안 원장을 '타이밍의 귀재'로 평가한다. 안 원장은 여야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로 이전투구를 벌이던 지난해 11월 보유 주식 기부 의사를 밝히며 기성 정치인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가 극도로 불안하던 지난해 12월에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잇따라 만나 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든 행보가 정치와 전혀 무관치는 않다는 분석이다.

안 원장이 조만간 정치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말과 행동의 일관성을 수차례 강조해 온 안 원장이 스스로 정치 참여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어느 정도 결심이 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안 원장이 이미 여권과는 선을 그은 만큼 정치권에 발을 내딛는다면 그 통로는 야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이사장의 성패가 총선 결과에 달려 있다면 안 원장은 안철수 재단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기회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많이 가진 분들이 적게 가진 분들에게 시혜로 베푸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다시 돌려주는 수평적인 것이 올바른 나눔의 개념이 아닌가 한다"고도 했다.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가장 정치권의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양극화에 대한 자신의 현실 인식을 솔직히 표현한 것이다.

안 원장은 기부자가 수혜자를 돕는 일방적 지원 구조가 아니라 기부자와 수혜자가 함께 하는 수평적 형태라는 재단의 비전을 제시했다. 재단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하는 것도 특징이다.

재단 측은 일자리 창출, 교육 지원, 재능 기부 등의 분야에서 기부자와 수혜자라는 구분을 넘어서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모델이다.

안 원장의 정치 행보가 가시화되자 정치인의 외곽 지지모임을 연상케하는 팬클럽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철수(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란 이름으로 출범하는 안 원장의 팬클럽은 9일 창립 대회를 열어 안 원장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야권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앞다퉈 안 원장 주위로 몰려들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안철수-문재인, 시너지 효과 낼까?

야권에서는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까지 안 원장과 문 이사장이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해 나가면서 협력적인 경쟁 구도를 이루는 모양새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대선에서 경선 흥행에 성공한 당이 모두 집권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경선을 흥행으로 이끌었고, 결국 '이회창 대세론'을 무너뜨렸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일대 혈전을 벌인 뒤 본선에서 정동영 후보를 사상 최대 표차로 제압했다.

안 원장과 문 이사장이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경우 박 위원장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새누리당에 비해 경선 흥행의 가능성이 높다. 무당파와 중도층의 지지세를 기반으로 하는 안 원장과 야권 세력의 지지세를 기반으로 하는 문 이사장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의 다자구도 지지율을 합치면 40.5%로 31.2%인 박 이사장을 크게 앞선다.

다만 문 이사장은 대권 가도에 오르기 위해 총선이라는 시험대를 거쳐야 하고 안 원장은 정치 경험이 없다는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 따라서 본격적인 경쟁 구도는 총선이 끝나고 안철수 재단의 형태가 구체화되는 시점이 돼야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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