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지역구인 대구시 달성군에 다녀온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달성군 당원협의회 관계자들을 만난 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역구 불출마를 발표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대구 달성군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15~18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돼 이 지역에서만 4선을 기록한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 중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많이 성원해주고 보살펴준 대구 달성군민 곁을 떠나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으며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과 정치를 위해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하는것이 올바른 결정인지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지역민들의 뜻에 따라 더 큰 정치에 몸을 던지기로 결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당과 상의하겠다"고 밝혀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날 박 위원장을 만난 지역구 관계자들 역시 입을 모아 "비례대표로 꼭 출마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의 이번 불출마 결정으로 영남지역 친박계 다선 의원들은 직접적인 용퇴 압박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당 쇄신을 위한 중진의원들의 용퇴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해온 비대위는 박 위원장의 이번 결단에 따라 강도높은 물갈이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박 위원장이 지역구에 불출마하는 대신 비례대표로 출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박 위원장은 후순위 비례대표 번호를 받아 배수진을 치고 총선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박 위원장은 4월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되더라도 12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치르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럴 경우 혈세를 들여 다시 선거를 치러야해 여론이 악화될 수 있고, 다시 치러진 선거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될 지의 여부도 확실치 않다.
하지만 비례대표로 총선에서 당선될 경우 박 위원장이 사퇴하더라도 의석은 다음 번호의 비례대표 후보자에게 자동 승계된다.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당으로서는 안전한 선택이다.
지금까지 지역구 불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지역구 출마는 지역구민들과의 소중한 약속"이라며 선을 그어왔던 박 위원장이 '지역구 불출마'로 기운 것은 지난해 말 지방선거 패배와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으로 당이 풍전등화의 상황에 처하고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다.
박 위원장은 당내에서 지역구 불출마 요구가 나올 때마다 "지역구 출마는 지역구민들과의 소중한 약속"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이 부분은 지역민들에 대한 도리이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며 "단독으로 이러겠다 저러겠다 할 수 없다"며 한 발짝 비켜섰다. 또 "지역에 먼저 양해를 구해야지 내가 먼저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의 지역구를 방문, 당협 관계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지역구의 의견을 수렴해줄 것을 부탁했고, 이어 이날 "아쉽고 섭섭하지만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보내드리겠다"는 답을 받고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