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돈 시인 세 번째 시조집 ‘느릿느릿 뚜벅뚜벅’ 발간
강상돈 시인 세 번째 시조집 ‘느릿느릿 뚜벅뚜벅’ 발간
  • 박혜정 기자
  • 승인 2018.09.28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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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풍경 속에서 새로운 눈으로 시어를 뽑아내는 언어터치”
▲ 강상돈 시인 ⓒ채널제주

강상돈 시인이 최근 세 번째 시조집 ‘느릿느릿 뚜벅뚜벅’(열림문화 刊, 열림문화 시선 009)을 펴냈다.

이번 시조집에는 제1부 옷고름 풀며, 제2부 느릿느릿, 제3부 밀주 같은 이야기, 제4부 도시의 가을, 제5부 능청떠는 눈발 등 총 67편의 주옥같은 시조 작품들이 실려 있다.

제1부 ‘옷고름 풀며’에 수록된 시편들은 시인의 눈에 포착된 사물이나 현상들을 서정성 짙은 단시조로 그려내는가 하면, 소소한 삶에서 발견한 일사의 사건들을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제2부 ‘느릿느릿’ 시편에서는 ‘담쟁이’와 ‘달팽이’ 등의 연작을 통해 빠르지 않게 느릿느릿 가는 인내의 삶과 서두르지 않고 한 삶의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지고지순한 한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제3부 ‘밀주 같은 이야기’에 수록된 시편들은 말 그대로 은밀하게 익어가는 그러나 함부로 떠벌일 수 없는 시적 화자의 삶과 제주의 아픈 속살들이 농익은 밀주 같은 이야기 속에 솔직담백하게 펼쳐진다. 그 누구에게도 내보이기 싫어했던 시인의 자존심을 은밀하게 열어 보인다.

제4부 ‘도시의 가을’ 시편에서는 제주민들이 척박한 땅을 일궈가는 삶의 의지와 험난한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삶의 편린들을 가을 이미지로 풀어내고 있다.

제5부 ‘능청 떠는 눈발’에서는 시적 화자의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아픔, 제주의 역사적인 장소들 그리고 현실 참여 문제를 시조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시인 스스로 짐을 진 채 자신이 살아오고 현재 살아가는 시간에 대한 성찰을 심화하고, 제주 공간에 대한 지적인 탐색을 통해 어떻게 시조로 메워가야 하는가를 깊게 고민한다.

이번에 펴낸 강상돈 시인의 시조집은 오늘의 문제에 대한 묘사만을 그려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생존권을 강하게 움켜쥐고 살아가야만 하는 한 남자의 슬픈 미소가 시편들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때로는 서정성 짙은 사내의 강한 힘을 느끼기도 하고 진한 울분을 토해내기도 한다.

또한 사계의 이미지를 모티브를 차용해 차분하면서도 담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가 하면 ‘담쟁이’ 연작을 통해 절망을 극복하는 담쟁이의 생명력과 의지, 견고한 현실의 벽, 함께 손을 잡고 가는 공동체 의식을 형상화한다. ‘마음의 벽’과 ‘현실의 벽’ 사이에서 고민하는 일상적인 인간들과 담쟁이를 잘 대비시킨다.

‘양파2’, ‘벽보’와 같은 기조 작품은 화자의 시각으로 최근의 역사 흐름을 민중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으며 일련의 작품을 통해 왜 시조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오종문 시인은 강상돈 시인의 시조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꾸밈이 없이 표현이 솔직하고, 때로는 참으로 섬세하고 아름답다는 점이라 말한다.

“무차별/난도질당해도/내 결백은 변함없다”(‘양파1’)라든가 “이 봄날/…/옷을 훟ㄹ훌 벗고 있다”(‘발정난 봄’)도 그렇고 “목이 쉰 장끼 한 마리 따발총을 쏘아댄다”(‘큰넓궤를 가며’), “한 줄금 수타면을 종일토록 뽑”(‘호우경보’)는다든가 “자살바위에서/붉은 해가 떨어진다”(‘가을 별도봉’), “어깨 툭! 치는 바람”(‘황사’) 등이 그렇다면서 이처럼 삶의 풍경을 통해 새로운 눈으로 시조를 그려내는 시인의 감각과 시어를 뽑아내는 언어 터치가 놀랍다고 밝혔다.

강 시인은 애월읍 봉성리 출신으로 1995년 4회 제주시조백일장, 1996년 제6회 제주신인문학상 시조부문 당선 후 1998년 <현대시조> 여름호로 등단했으며, 시조집으로 ‘별꽃 살짝 물들여 놓고’, ‘쇠똥구리는 아무데나 쇠똥을 굴리지 않는다’ 등을 낸 바 있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제주문인협회, 애월문학회, 혜향문학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회원, 제주시조시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118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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