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11일 밤 늦게까지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고모(41)씨를 상대로 강도 높게 조사했다.
검찰은 또 이날 오전 한나라당 서울 강북지역 당협위원장으로 알려진 안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했다.
고씨는 2008년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고승덕 의원실에 찾아가 "고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며 현금 300만원과 '박희태'라는 한자명함이 든 노란 봉투를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고 의원실 보좌관 김모씨로부터 돈 봉투를 돌려받으면서 자신의 명함을 준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기도 하다.
안씨는 2008년 전당대회 당시 서울지역 구 의원들에게 2000만원을 준 뒤, 이를 서울 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각각 50만원씩 전달토록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안씨는 당시 구 의원들에게 돈 봉투와 함께 서울지역 당협과 당협위원장 목록 등을 건넨 것으로도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사건의 핵심 인물인 돈 봉투 전달자에 대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돈 봉투 살포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검찰은 고씨를 상대로 2008년 7·3 전대 당시 박 전 대표 후보캠프에서 비서로 일하면서 돈 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뿔테 안경의 30대 남성'과 동일 인물인지 여부와 그렇지 않을 경우 실제로 돈 봉투를 뿌린 인물의 정확한 신원 등을 집중 조사했다.
또 고씨가 고승덕 의원실 보좌관 김모씨로부터 돈을 돌려받은 경위, 돈 봉투 자금의 출처와 액수, 돈 봉투 추가 살포 여부 등을 추궁했다.
이날 검찰 조사에서 고씨는 돈 봉투를 되돌려받은 사실은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고 의원실에 돈을 전달한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검찰은 고씨에 대해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이날 밤 늦게 조사를 마친 뒤 귀가 조치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안씨에 대해서도 2008년 전대 당시 박 의장의 선거운동을 조직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보고 돈 봉투 전달에도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안씨가 2008년 당시 전당대회 선거운동을 해준 것은 맞다"며 "안씨가 박 의장 측근인지 여부는 모른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날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로부터 돈 봉투 전달 사실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는 대신 "검찰에서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충분히 밝혔다"고 짧게 언급했다.
검찰은 돈 봉투를 전달한 인물의 신원 확인에 계속 주력하는 한편, 고씨와 안씨 이외에 조만간 박희태 의장 측근들을 추가로 소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돈 봉투를 돌려준 고 의원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진 박 의장측 관계자를 소환해 돈 봉투 전달과의 연관성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박 의장이 해외순방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18일을 전후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해 서면 또는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르면 설 연휴 이전에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