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중학교 1학년생 아들이 주민센터 클린하우스에서 요일별 배출제를 홍보하는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추운 날씨에 떨고 있을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점심시간을 이용, 클린하우스를 찾아 따뜻한 음료와 빵을 건네주며 아들을 격려하고 헤어졌다.
퇴근 후 거실에 까만 비닐봉투가 놓여 있어 열어보니 낮에 사준 빵 봉투와 빈 음료수 병이 들어있었다. 아들에게 물으니 그 날은 비닐류와 병류를 배출하는 날이 아니어서 봉사활동 내내 그냥 호주머니에 가지고 있다가 집에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그 날 배출하는 품목이 아니더라도 클린하우스에 버리고 오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배출하는 날이 아니니 끝까지 가지고 오는 깨끗한 양심과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인 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 제주시는 종합청렴도 7.35점으로 4등급을 받았다. 전년도 7.81점으로 2등급이었음을 감안할 때 2단계나 떨어진 결과였다. 청렴도 측정은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전국 60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업무처리 과정과 부패 경험, 인식 등 투명성을 조사해 청렴도 수준은 1~5등급으로 나뉜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제주시는 청렴도 향상 특별대책을 수립하고‘전국 최고 수준의 청렴 제주시' 구현을 목표로 연중 부패방지시스템 구축, 공직자 청렴 마인드 제고 및 부적절한 관행 타파, 공익제보 창구 운영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말로만 하는 청렴이 아닌 적극적인 실천을 통한 바람직한 청렴상을 구현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이에 따른 청렴시책으로 이해관계자와의 사적인 만남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개인 연락처를 없앤 명함을 도입했다고 한다.
어린 아들이 가르쳐 준 작은 원칙!
빵봉투와 음료수 병을 배출하는 요일이 아니라서 호주머니에 넣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0분이 넘는 거리를 걸어 집까지 가져온 행동을 통하여 깨끗한 양심과 원칙을 지키는 일,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를 감수하는 마음, 제주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러한 원칙을 지켜준다면 청렴한 제주시 구현은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