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칼럼](172)소련의 지하철
[현태식칼럼](172)소련의 지하철
  • 영주일보
  • 승인 2017.02.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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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모스크바 바실리성당 앞에서(1991.10.13) ⓒ영주일보

지하철을 보러 지하로 100여 미터쯤 내려가는 것 같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참 내려갔다. 지하철 건설을 보면 지난날의 소련의 힘과 기술 수준이 대단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지하철을 잘 손보지 않아 낡은 것을 보니 부호의 후예가 지난날의 영광에 향수를 느끼며 쓸쓸히 살아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공산주의가 찬란한 문화를 창조하고 막강한 힘으로 유럽의 강자의 지위를 누렸던 소련을 역사의 무대의 장막 뒤로 밀어넣었구나 생각하니 계획에 의한 일당독재는 인간의 개성과 창조성의 계발을 막고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려는 동기를 빼앗는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러나 그 광대무변한 국토와 미개발된 자원을 발판삼아 슬라브민족의 끈끈한 저력으로 전진할 수 있는 체제가 들어서면 오벨리스크 탑을 능가하는 위업을 다시 창조할 잠재력이 숨어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 모스크바 기차역에서 보는 거리 풍경
10개 역 중 역사가 있는 역이라고 가이드 마리나가 설명하여 주었다. 하지만 나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성한 잡초다. 풀 한 포기 뽑은 흔적이 없다. 내팽개쳐진 길가의 화단, 호텔 주변의 녹지대, 역에 서성거리다가 누워있는 노숙자 걸인. 이런 것들을 보면 공산주의 맹점이 확연해진다. 공산주의는 개인 소득에 차별이 없으니 될 수 있는 한 편하게 남보다 일을 적게 하려는 요령만 부리게 하고 있었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버스 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버스도 앞유리가 금이 가고 조각이 떨어져 있어도 그대로 다니고 있다. 운전수가 할 일은 운전 뿐이라는 것이다.

도로에 차선은 간간이 보이고 횡단보도의 표시는 없다. 차가 우선이므로 건널 때는 횡단자 자신이 주의하지 않으면 사고나기 십상이었다.

○ 부쳐스트리트(푸줏간 거리)
건물들은 면적이 넓고 거대하다. 낡고 고색이 물씬한 건물이 늘어선 거리가 시골의 거리처럼 한산하다.

제르진스키(KGB장) 광장의 동상들은 파괴되고 옮겨져서 받침대만 남았다. 배고픈 자의 분노가 동상을 손괴해버린 것이다.

○ 붉은 광장과 크레믈린궁의 주변들
크레믈린궁의 꼭대기 돔이 아침 햇살에 번쩍이며 옛날의 영화를 자랑하는 듯하다. 모스크바 최대의 궁백화점의 넓음에 넋이 나간다. 바실리성당의 아름다움은 세계에 알려진 바이다. 이반대제는 대단한 정복자여서 영토 확장에 일생을 바치다시피했다고 한다. 지방제후와 주변국을 토벌한 승전기념물을 훼스트닉바르마에게 설계토록 하여 지은 것이 바실리성당이라 한다.

능력이 뛰어나도 비운을 불러오는 법, 이반대제가 바실리성당이 완성된 것을 보고 너무나 아름다워 다시는 이런 건물을 짓지 못하게 바르마의 눈알을 뽑았다고 전해진다. 모스크바강이 흐르는 강변에 크레믈린 궁이 있어 강물과 조화를 이룬 경치는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인구 900만인 모스크바는 크레믈린궁을 중심해서 이루어진 소련의 수도이다. 이 도시는 처음에는 목책을 두른 요새였는데 1157년 경에서부터 성으로 변했다고 한다.

○ 트롤리버스
버스가 기차처럼 몇 개 연결되어 있고 전차처럼 전기로 움직이는 버스를 트롤리버스라고 하는데 이 버스 바퀴가 타이어다. 느릿느릿 거리를 달리는 교통수단이 이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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