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달환 칼럼](98)아작내다
[현달환 칼럼](98)아작내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7.02.11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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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내다
                    초인 현달환

누구야?
그 긴 겨울
강추위에 견딜 수 있는 이
그림자보다 더 긴 겨울
강추위를 깨뜨릴 수 있는 건
봄이란 녀석 뿐
그래서일까
그 봄 찾아와 강추위란 놈
아작내다

   드
      득
오, 따뜻따뜻.

누구야?
그 긴 여름
무더위에 견딜 수 있는 이
바나나보다 더 긴 여름
무더위를 깨뜨릴 수 있는 건
가을이란 녀석 뿐
그래서일까
그 가을 달려와 무더위란 놈
작살내다

   드
      득
아, 시원시원.

▲ 현달환 시인/수필가 ⓒ영주일보

겨울이라는 시간이 아직은 주위에서 맴돌고 있다. 그러나 그 겨울도 저 머나먼 반대쪽에서는 여름이란 시간으로 보내고 있으리라. 결국 우리는 날씨처럼 즉흥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 내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겨울되면 봄이 오고 봄이 오면 여름, 여름 지나 가을이 오면서 계절이 내 뜻과는 다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항상 지금이란 시간이 내 주위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힘들 땐 그 역경도 금방 지나고 만다는 것을 느끼며 산다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매일 변하는 날씨에 빗대어 우리는 인생을 자주 거론한다. 그렇다. 날씨란 것이 언제나 똑같은 날이 있던가. 매일 좋은 날만 왔다가 지나는 반복 과정 속에도 그날들이 똑같은 날은 아니라는 것이다. 매일매일이 다르다. 우리의 삶도 매일 반복되지만 그 삶들이  눈뜨고 시작하는 하루가 다 의미가 있다.

늘 우리는 날씨처럼 변하는 과정을 거치는 삶을 살면서 껍질을 벗기고 있는 것이다. 그 껍질이란 건 어쩌면 원죄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태어날 때 가진 죄를 하나하나 먼지 털 듯 껍질을 벗기노라면 결국 마지막이라는 삶의 종착역에선 아름다운 모습만 남아있지 않을까. 
아니, 우리는 세상을 떠날 때 원죄를 다 갚고 떠나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이 곧 무대인지도 모른다. 원죄를 갚고 평가받을 수 있는 무대. 그래서 우리는 원죄를 다갚기 위해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다.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느끼는 따뜻함이란 것은 무엇일까. 인생이 따뜻해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삶은 사람들이 모여 따뜻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의 온기가 모여 냉기를 식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의 온기가 모아지면 그 온기로 인해 내 마음도 따뜻해져 삶이 의미가 있고 살맛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만남이 중요하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자신에게는 행운이고 복인 것이다. 서로가 모여서 가슴이 따뜻해지면 우리는 충만된 기로 인해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가슴이 따뜻해지려면 어떡해야 할까.
날씨처럼 매일 변덕이 되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내가 따뜻해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습관이 안 되면 그것 또한 힘든 일. 우리는 그래서 무엇인가 해야 한다. 바로 사랑이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보면 따뜻하다. 그 눈속에 아무리 눈보라가 친다해도 다 녹일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사랑한다는 것, 그래야 서로가 소중한 것도 알고 인정할 줄 안다.

길을 걸으면 우리는 행복해진다. 왜냐하면 걷는 발걸음에는 사랑이라는 발자국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힘이 빠지거나 어려운 시기에는 무작정 걸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시름이 사라지고 다 좋아지는 것이다. 그 걸음의 숫자만큼 다 용서가 되는 것이다.
그래 걷자.
따뜻해지거나 시원해질 때까지.
그래 걷자.
행복해지거나 뜨거워질 때까지.
가끔, 내앞에 다가오는 장애물들을 거칠게 아작내며 살 필요가 있다. 작살을 내고 살아할 이유도 있다.

우리가 사는 인생에  따뜻하게 다가오던 봄과 가을이란 시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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