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고향' 제주…'마을포제' 의 의미는?
'신들의 고향' 제주…'마을포제' 의 의미는?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7.02.0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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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정월 제주는 포제(酺祭)라는 마을제로 분주
“마을포제는 제주의 민속문화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
▲ 마을회에서 미리 선출된 제관들이 제를 지내는 광경 ⓒ영주일보

음력으로 일 년 중의 첫째 달인 정월이 되면 제주에는 마을마다 분주하다.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 제주도 각 마을에서 남성들이 유교식 제법으로 시행하는 포제(酺祭)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마을제를 봉행하기 때문이다.

포제(酺祭)라고 일반적으로 통칭하지만, 마을에 따라 이사제(里社祭), 향제(鄕祭), 치성제(致誠祭) 등으로 부른다. 대상은 포신(酺神)으로 마을의 제반 일을 관장하고 보호해 주는 신이다. 또 마을에 따라 다른 신을 함께 제사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우열을 가려 상단제, 하단제로 구분하여 따로 제사를 지낸다.

포제의 연원은 그다지 오래지 않다. 19세기에 들어와서야 제주도에서 포제를 지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여러 마을에서 포제를 지내고 있다.

포제는 한 해에 두 차례 제사지내는데 음력 정월과 유월에 베풀어진다. 제사 시기가 유월, 특히 초복과 중복 사이인데, 보통 이때에는 여름농사의 씨앗을 뿌리는 시기이다.

정월에 지내는 제사는 객신제(客神祭), 유월에 지내는 제사는 농포제(農酺祭)라고 한다. 객신제는 주로 그 마을 사람들에게 그해의 천연두를 비롯한 모든 악신의 침입을 방지하게 하는 제사요, 농포제는 그해의 마을사람들의 농사에 지장이 없도록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로서 각각 그 목적이 다르다.

제일(祭日)은 대개 첫 정일(丁日)이다. 정월의 포제는 입춘이 지난 뒤에 날을 택하여 벌이는 것이 보통이다. 입춘이 지나야 비로소 새해가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제일(祭日)과 제관(祭官)은 묵은해의 그믐에 마을회의를 통하여 결정한다. 초헌관·아헌관·종헌관 등 관을 따로 두고 집사를 형편에 맞추어 둔다. 제일을 앞두고 제관과 주민 모두 정성을 다한다.

제일(祭日) 전날 밤이 깊어지면 제장으로 이동하여 진설을 하고 자시(子時)가 되면 제사를 시작한다. 제물은 희생·메·과일·채소 따위를 준비한다. 희생으로는 돼지를 쓴다. 메는 도량서직(稻粱黍稷)[기장 피 수수 조]에 맞추어 넷을 마련한다. 향교의 석전제(釋奠祭)를 지내듯이 제관과 집사는 집례가 외치는 홀기(笏記)[의식의 절차를 적은 글]의 내용에 따라 움직인다.

이러한 마을제인 포제 때에는 희생(犧牲)으로 돼지를 한 마리 또는 두 마리를 잡는다. 이때의 돼지는 그 제의 장소에 몰고 가서 잡고 돼지를 통째로 꿇어앉혀 올려서 제를 지내게 된다. 제물은 대개 이장 집에서 만드는 것이 상례이며, 제관은 7일간 근신하고 제 지낼 시간이 되어야 비로소 제청으로 나가게 된다.

문헌에 의하면 제를 지내는 순서는 전폐례(奠幣禮)-초헌례(初獻禮)-독축(讀祝)-아헌례(亞獻禮)-종헌례(終獻禮)-철변두(撤籩豆)-망료(望燎) 순서로 진행한다.

포제(酺祭)를 지내는 시간이 한밤중이므로 고요하고도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정결한 사람들만이 제에 참석하게 된다. 제가 끝나면 그 마을에 돗당(돼지고기를 올려 제 지내는 神堂)이 있는 경우, 제관은 거기서 음복을 하지 않고 이튿날 포제 때 썼던 제물과 돼지를 돗당으로 가지고 가서 당제를 지낸 다음 비로소 음복을 하게 된다.

제주도의 첫 시작이 되는 마을 시흥리(始興里)에서는 지난 2일부터 사흘간 마을 포제(酺祭) 예식을 거행했다. 3일부터는 새로 선출된 현승민 신임 이장을 비롯해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등이 주축이 되어 마을 주민들과 외지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따뜻하게 술과 음식을 대접했다.

4일 자시(11시40분경)에는 시흥마을포제단에서 제를 지냈다. 이날 제관으로는 마을회에서 미리 선출된 초헌관(初獻官)에 강경석씨, 아헌관(亞獻官)에 강병희씨, 종헌관(終獻官)에 고주영씨, 집례(執禮)에 허창휴씨, 대축(大祝)에 김정범씨, 알자(謁者)에 부현민씨, 봉향(奉香)에 강봉상씨 등이 자리를 지켰다.

이와 같이 제관과 제물, 그리고 축문의 내용으로 베풀어지는 포제(酺祭)는 마을을 하나로 만드는 중요한 의식이다. 시흥리 발전을 위해 애쓰는 많은 사람들의 정성으로 마을은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고 보면 제주도는 그야말로 '신(神)의 고향', '신(神)의 마을'이다. 그만큼 우리 조상들은 이런 신(神)들을 잘 모신 이유는 혈연血緣과 지연地緣이 유독 강해 집단의 결속력이 강했다는 반증이다.

21세기인 현대사회로 가면서 제사의 의미는 퇴색되고 있다. 언제까지 제주도 마을에서 이전처럼 제사가 행해질지 모르지만 마을 농사의 풍년과 축산의 번성 및 자손의 창성을 빌고, 마을사람들을 질환(惡疫)으로부터 예방하는 데 있어 의미는 나름대로 크다 할 수 있겠다.

마을포제는 마을의 큰 행사임과 동시에 제주의 민속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그 가치가 크다. 온고지신이라 했던가. 옛것을 되새겨보는 자손들이 잘 될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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