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위원장이 비대위원 인선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사람을 바꿔서 한나라당을 바꾸겠다', New People New Hannara(새 사람 새 한나라)의 의지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발표한 비상대책위원들에 대해 인선 작업에 참여했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①당 노선의 중도화와 탈(脫)이명박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선임된 비대위원들에게 축하 난(蘭)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대위에선 첫날부터 "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들고 나왔다. 김종인 위원은 "MB 노선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 조금이라도 이 대통령 틀 속에 갇히거나 동조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했다. 다른 위원은 "4대강 사업이 진짜로 잘 된 것인지도 현장에 가봐야 한다"고 했다. 이상돈 위원은 이명박 정부를 가리켜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정권"이라고 해온 인물이다.
②2030·반대파 끌어안기
26세의 이준석 위원은 이날 "시내버스 환승제말고는 한나라당 정책에 별로 공감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이 위원과 당내 최연소(39)인 김세연 의원을 발탁한 것은 한나라당 취약 세대인 2030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뜻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박 위원장 측은 밝혔다. 김 의원과 함께 쇄신파로 활동해온 주광덕 의원을 포함하고, 비대위 대변인으로 역시 쇄신파인 황영철(초선) 의원을 기용한 것 역시 젊은 층과 쇄신파를 중심으로 당을 새롭게 하겠다는 박 위원장 뜻이 담겼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상임전국위에서 "우리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분들을 어렵게 모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 측은 "지난 14일 쇄신파와 만났을 때 '당을 뼛속까지 바꾸겠다'고 했던 말에 따라 사람들을 찾은 것"이라며 "총선에서도 이처럼 정치를 변화시킬 사람들, 과거 한나라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분들을 공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③정책은 고용과 취약 계층 지원 중심으로
비대위 면면을 보면 정책 방향에 대한 구상도 엿보인다. 박 위원장은 이양희 교수 선임 배경에 대해 "아동과 보육 취약 계층의 인권과 권익 신장에 큰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또 조동성 교수에 대해서는 "국가 경영 전략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 권위자"라며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동력을 찾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조현정 대표에 대해서는 "고용의 틀을 새로 짜고 구현해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④안철수 겨냥한 맞춤 인선
민간 분야 비대위원 중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회사를 방문해 격려하고, 노무현 정부 때는 벤처기업협회장을 한 경력을 갖고 있는 1세대 벤처 기업인이다. 또 이준석 위원은 하버드대학 졸업 후 사회적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기업인이다. 이런 이미지는 박 위원장의 대선 경쟁자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이미지와 겹친다. 이날 비대위 인선에 대해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 비박(非朴) 진영에서는 "다분히 안철수를 의식한 인선"이라고 했다.
⑤정치 전력, 서민 대표성 등 논란
친이(親李)계의 한 의원은 "이상돈 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가 갑자기 진보 진영에 기대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향"이라며 "당내 인사로 발탁된 쇄신파 의원들도 박 위원장 측과 전략적 연대를 해온 만큼 '박근혜 친정(親政)' 체제와 다름없다"고 했다. 정몽준 전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의원은 "박 전 대표 인척(김세연 의원)에 비리 전력자까지 포함된 퇴행적 인사"라고도 했다. 전재희 의원은 위원 모두가 명문대 출신에 성공한 사람인 점을 지적하며 "서민을 대표할 수 있는 분들이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했다.
민간 분야 위원 중 이양희 교수는 이철승 전 의원의 딸로 5·16 직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을 떠난 적이 있는데, '박정희·이철승의 딸'이 다른 인연으로 만나게 된 셈이다. 조동성 교수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수행해 두바이와 인도를 방문하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