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칼럼](158)설득으로 해결된 쓰레기매립장 설치
[현태식칼럼](158)설득으로 해결된 쓰레기매립장 설치
  • 영주일보
  • 승인 2016.12.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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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현장설명 날짜를 협의했다. 봉개동 주민이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날짜와 시간을 정하여 현장에 담당공무원과 우리 의원들이 갔다. 웅성웅성 모인 봉개동 주민들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 아니 그렇겠나. 쓰레기 매립장 설치를 막기 위하여 2년간 투쟁하여 왔고, 그 선두에 섰던 문종림씨를 시의원에 무투표 당선시켜 확실히 저지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었는데, 문의원도 할 수 없이 양해하고 받아들이는 쪽에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이 되어 있으니 그 분들의 공들인 탑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생긴 것은 당연하다.

공무원이 설계 현황판을 세워놓으려 하니 “세울 필요 없다. 우리는 쓰레기매립장 저지투쟁을 해오는 동안 공무원이 현장설명 자체를 허용치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가지 현황판을 펴지 못하게 했다면서 모인 사람은 노기가 충천한 듯 했다. 나는 봉개동 주민 모두가 모이도록 하고 설득을 시작하였다.

“나는 평생을 살면서 거짓말을 해본 적도 없고 하고자 하지도 않고 특히 지방화 시대가 도래하여 지방의회 의원의 신분으로 지역주민에게 해가 되도록 하는 기만행위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여러분 중에는 나를 잘 아는 분도 계신데 제가 한번이라도 거짓된 말이나 배신적 행동을 했다는 말을 들어보거나 직접 목격한 분은 나와보십시오.

저는 지방의 발전은 지방민이 행복해지는데 기반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한 바 있어 의회에 나왔고, 시민의 권리를 철저히 지키고 공무원이 시민을 위한 진실한 봉사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현황 설명이 여러분의 의사표현을 막는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들어보고 잘잘못을 지적하고, 설명이 여러분이 보거나 제가 보기에 너무 부당하거나 계획이 부실하면 계획을 보완하거나, 또는 깨끗이 취소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말씀대로 여기는 삼양상수원의 상부입니다. 지하수가 오염되면 제주시민은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없고, 제주시는 암흑의 도시가 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쓰레기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점은 여러분보다 제가 먼저 책임져야 마땅합니다. 일이 잘못되면 제가 모든 것을 걸고 잘되도록 보증합니다. 그러니 현황설명을 들으시기 부탁합니다”

봉개동민을 설득하고 그 분들의 묵인하에 현황판을 세우고 설계도면 내용을 설명하여 갔다. 그 중 한 분이 “이렇게 시공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나는 이제 되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도면대로 시공하겠습니다. 제가 제안을 하겠습니다. 이 도면대로 시공하느냐 않느냐 하는 감시자를 봉개동민 중에서 가장 성의있고 설계도면에 밝은 분을 두어 명 선정하십시오. 그러면 그분들의 수고비는 시청에서 지출하도록 하고 감시임무를 맡기겠습니다”

모두가 찬성하는 태도였다. 봉개동 숙원사업을 내어놓도록 했다. 봉개동에서 절물가는 도로를 개설하여 포장하고, 각 마을 단위 농산물 저온창고를 지어주는 것 외에는 사소한 요구였다. 시장님게 강력히 이 사업을 해서 봉개동민의 마음을 달래고, 시급히 쓰레기매립장 착공을 요구했다.

시의원들이 왜 봉개동에 그렇게 특혜를 주는 약속을 하느냐며 불평하여, 나는 그런 의원에게 “그러면 당신네 동에서 쓰레기 매립장을 받아가라. 그러면 봉개동보다 더 많이 지원하도록 하겠다. 앞으로 20여년 여러분이 생산하는 쓰레기를 받아들여 여러분의 안락하고 쾌적한 생활을 보장해주고 절물까지 도로는 조만간 개통해야 할 도로를 앞당긴 것에 불과하며 저온저장고는 필요한 동에 한 개 이상 지어주는데 한두 개 더 지어주는 것에 대하여 특혜라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하여 가벼이 보는 시각이 아니냐? 이러면 어떤 일도 해결 못하니 이의없이 예산승인을 해주자”고 역설하여 봉개동민과 약속을 지키고 쓰레기 매립장을 착공하여 쓰레기 처리를 해결하였다.

이것이 의회가 생겨서 지역마찰로 전국 어느 곳에서도 골치거리로 된 문제를 전국 최초로 아주 순조롭게 해결한 케이스로 기록되었다. 우리 의회의 역할을 본받아 전국의 혐오시설 거부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다. 쓰레기 매립장 시설 과정을 의회 차원에서 수시로 돌아보고 나는 의장으로서 쓰레기 매립장 건설이 확실하고 안전하게 건설되도록 자주 현장에 나가 현장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격려하고 봉개동민과 협의하여 잘 진행시켰다. 침출수 문제에 관심을 가져 그 처리가 잘 되도록 하였고, 도두동까지 침출수를 끌어가는 과정에서 강우가 심할 때 중간에서 넘쳐 하천이나 농토를 오염시키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시설을 요구하고 직접 점검하였다. 그래서인지 20년이 다 되는 오늘날까지도 쓰레기 매립장으로 인한 말썽은 없었다. 전국에서 모범이 된다 하여 황산성 환경부장관이 직접 현장 방문을 하고 전국 쓰레기 처리장을 제주시처럼 철저히 하도록 하라고 지시도 했다.

그리고 봉개동민이 다음 해에 조건부 지원을 요구해 와서 이것도 분명히 했다. “나는 헛말을 안합니다. 처음에 숙원사업은 약속대로 완결해 올렸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 특별히 지원 요청하면 제주시 재정에 큰 어려움이 있고 혐오시설 지역은 봉개동 외에도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 곳에서 마찬가지 요청을 해오면 문제가 너무 어려워집니다. 이렇게 되면 제주시민 모두 난관에 처해서 큰 변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서 이해해야 합니다. 다음에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전연 해결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숙원사업이 있으면 기다렸다가 일반사업으로 해결하셔야 합니다. 쓰레기장과 연계하여 요구하면 그 전례로 부작용이 수도 없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무마하여 제주시가 어려움에 당면하는 것을 예방하였다. 이 일을 성사시킨 것에 대하여 의회의 역할과 힘이 위대함을 새삼 느끼고, 의장인 나도 행정기관에서 그토록 타협과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을 해결한 조정 능력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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