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달환 칼럼](88)백년(百年)으로 가는 길
[현달환 칼럼](88)백년(百年)으로 가는 길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6.12.20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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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百年)으로 가는 길

-초인 현달환-

내 눈에 살고 있는
안목과
내 입안에 살고 있는
진솔과
내 콧속에 살고 있는
평안과
내 귀에 살고 있는
경청과
내 심장에 살고 있는
열정과
내 머릿속에 살고 있는
판단과
내 두 손에 살고 있는
수고와
내 두 다리에 살고 있는
인내와
내 피부조직 속에 살고 있는
피와 뜨거운
땀방울

이 친구들을 깨워 함께 가리
만수무강으로 가는
저 길, 백년百年

▲ 현달환 시인/수필가 ⓒ영주일보

친구가 떠났다. 친구라는 존재가 떠났다. 홀로 삶을 걸어가던 친구가 떠났다. 아, 함께 걸어가던 친구가 쓰러졌다. 사라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서 왔다가고 사라지고 다시 찾아오지만 친구라는 존재가 내 곁을 떠난다는 것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슬프다.

비가 온다. 기다리지 않아도 비는 온다. 그 비는 무엇 때문에 내리는가. 원하지 않던 비가 내리는 것은 내 마음을 더 괴롭게 한다. 그처럼 친구가 원하지 않았는데 떠난다는 것은 더욱 괴롭기만 하다. 심장이 멎어지는 순간까지 더 호흡을 해서 살았어야 하는데 결국 승복하여 세상을 떠났다.

엊그제 서울 행사에서 모 시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 몸에서 다른 것은 다 휴식을 취해도 이 기관만은 쉬면 큰일 난다고 했던 말. 바로 얼굴의 중심, 코는 숨을 쉬면서 멈추면 안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코는 쉬면 안 된다.

친구는 지금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백년으로 가는 길은 얼마나 멀고먼 길이던가. 그 종점에는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다가다 쉬고 끝가지 다다를 때 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인생의 끝은 무엇인가. 친구의 얼굴이 스치고 웃음과 눈물이 모든 것이 스치고 지나간다. 행복했던 기억도 많았으리라

친구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이 그리 만만치도 않았다. 어쩌면 자신의 처지보다 인생의 파도가 더 높았던지 정말 아쉬움이 많다.

반평생을 돌이켜볼 때 눈물과 웃음의 비율은 똑같았을까? 나름대로 웃음의 비율이 높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친구의 존재를 인식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이라는 단맛을 느끼며 살지어다. 친구여, 세상의 모든 아픔을 잊고 편히 쉬게나.

그대의 이름은 늘 가슴속에 남아 있으리. 비가 제법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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