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달환 칼럼](87)겨울엔 그리워 말자
[현달환 칼럼](87)겨울엔 그리워 말자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6.12.16 0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엔 그리워 말자

-초인 현달환-

사뭇 그리움에
못 견딘 사람들은
그 덮인 눈을 밟으며
겨울을 이겨낸다.

그 눈을 밟으면
겨울은 어느 순간
쏙 들어간다.

눈을 밟은 만큼
어디선가
그리움도 쏙쏙 들어간다.

아, 겨울엔 그리워 말자
눈물 나는
그리움이 크면
그 흐르는
눈물조차 꽁꽁
얼어버리니까

▲ 현달환 시인/수필가 ⓒ영주일보

아주 오랜 기억이 난다. 눈이 많이 내리던 겨울, 초가집이었던 지붕엔 작은 참새들의 집이 만들어졌다. 그 참새들의 집안을 손전등으로 비추면 참새들이 꼼짝없이 손에 잡혀 나온다. 그리고는 그 참새를 갖고 놀던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참새는 어쩌면 그렇게 빛에 약했는지 지금도 생각해보면 떨린다. 그렇게 춥던 겨울을 이겨내던 참새는 빛을 보면 좋아하듯 우리 사람들도 태양의 빛을 기다리는 것은 인지상정인 것이다.

겨울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듯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기 시작한다. 그 추위를 이겨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따스한 옷을 더 두껍게 입는 것도 방안이 되겠지만 서로가 사랑하는 것이다. 서로가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마음의 온도는 높아져 몸도 자연스럽게 따뜻하게 될 것이다. 겨울엔 그리워 하지말자는 것은 겨울엔 더욱더 그리워하자는 것이다. 이 추운 날에 어디선가 덜덜 떨며 지내고 있을 사람들, 그전에 보고 만났던 사람들, 겨울이 깊어가면서 소식이 끊어진 사람들도 모두 안녕을 기원하면서 행복을 빌어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가슴 따뜻한 사람이 되어보자. 겨울을 이겨내는 것은 가슴 따듯한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겨울엔 추워야만 병충해도 예방되고 농사도 잘된다고 한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는 우리가 되자. 그래서 우리가 새로운 봄을 기다리듯 새로운 시간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고 인생을 시작해보는 것이다. 겨울이란 쓴 약을 마셔본 사람이 달콤한 봄을 즐길 줄 안다.

홀로 차를 몰고 가는 아스팔트 위에 바람과 함께 낙엽이 뒹군다. 이름 모를 낙엽하나가 사라지듯 우리는 어디선가 잊혀져가는 소중한 이가 내 머릿속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한때는 소중한 사람이었고 괜찮은 사람이었지 않은가.

바람 따라 가는 인생이라면 참 좋을 법도 한데 우리는 바람처럼 가야만 해야 될 이유도 없다. 바람을 이겨내고 원하는 목표의 방향으로 달려가야만 될 인생인 것이다. 그러기에 그 목적지라는 곳을 향해 달려감에 우리는 너나없이 빨리 가려고만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고은 시인은 그의 시에서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을 산에서 내려올 때 보았다라고 노래했다. 이처럼 우리는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산다면 인생이라는 촘촘하게 이어진 시간을 다 사용하고 갈 수 있다.

새벽을 달리는 사람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슬로건을 10여 년 전에 사이클 할 적 쓰던 것이었는데 이제 우리는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나 겨울을 이겨내는,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깨우자.

서로 겨울엔 좀 더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바람이 너무 가볍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주)퍼블릭웰
  • 사업자등록번호 : 616-81-58266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남광로 181, 302-104
  • 제호 : 채널제주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제주 아 01047
  • 등록일 : 2013-07-11
  • 창간일 : 2013-07-01
  • 발행인 : 박혜정
  • 편집인 : 강내윤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내윤
  • 대표전화 : 064-713-6991~2
  • 팩스 : 064-713-6993
  • 긴급전화 : 010-7578-7785
  • 채널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채널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channel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