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안중근 의사의 유명한 말이다. 이 말은 안중근 의사께서 1910년 음력 3월에 중국 여순의 일제감옥에서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유묵으로써 남기신 글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또 다른 말이 있다.
여순 감옥에서 사형집행인이 안중근 의사에게 마지막 소원을 물었을 때, “5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 했다는 이 마지막 한 마디이다. 과연 그 누가 죽음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초연하게 독서를 할 수 있을까?
사람은 자신이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안중근 의사의 경우도, 그의 결코 길지 않은 생애에 있어서도, 끊임없는 독서를 통해 자신을 만들어나갔고, 끝내 그 생명이 꺼지는 시점까지도 그토록 초연히 독서를 할 수 있는 자신을 만들어 내지 않았나 싶다.
죽음조차도 식힐 수 없었던, 독서에 대한 열정. 누군가에겐 독서가 자신의 죽음보다 큰 가치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제주도민은 평균적으로 8.6권의 책을 읽었다. 한 달에 한권도 읽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10명중 2명이상이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 사람을 위해 후한의 동우(董遇)는 '독서삼여(讀書三餘)'의 고사를 남겨 놓았다. 겨울은 한 해의 남은 시간이고, 밤은 하루의 남은 시간이며, 계속 내리는 비는 한 때의 남은 시간이라고 했으니 곧 자투리 시간을 아껴 책을 읽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어느덧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해가 저물기 전에 단 한권의 책이라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