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칼럼](155)어영 천막 주점 주인 분신자살
[현태식칼럼](155)어영 천막 주점 주인 분신자살
  • 영주일보
  • 승인 2016.12.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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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의회 의장실에 있는데 시장이 찾아와서는 “어영(지금의 용두암 서쪽 닥근내와 도두동 동쪽 해변가) 천막술집에 사건이 발생해서 경찰이 질서 유지차 출동해 있다”고 말하고 갔다. 내용인즉 천막술집들이 여러 채 길가에 늘어서 있는데 그 중 한채가 허가기간이 만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금 받고 제3자에게 양도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시청에서는 이 천막술집 단지를 차츰 없애려는 계획에 따라 양도 양수를 불허하고 철거하려 하니 천막주인이 항거하다 분신자살한 사건이었다.

사실 해변가 경관지에 천막술집을 허가해준 것 부터가 잘못되었다. 천막마다 오물처리시설이 없으니 직접 바다로 음식찌꺼기나 쓰레기들을 내리고 심지어 대소변도 바다에 버려 악취가 심하고 오염물들로 미관을 해쳐서 관광지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나빴다. 하루속히 천막을 철거해야 마땅했다. 뿐만아니라 그곳에서 술먹는 사람들과 불량배까지 모여들어 야간에는 우범지역화 해서 치안상 문제도 있었다.

천막술집업자들이 시청을 상대로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다가 시의회 의장실로 나를 찾아왔다. 단체로 찾아온 그들은 시민의 권리를 지켜주어야 할 의회가 가만히 있다면서 생존권을 보장해주어야 할 것 아니냐면서 따지는 것이었다. 그 분들을 앉으시도록 하고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몸에 문신을 새기고 우락부락한 인상과 체격이 우람한 사내들이 으름장을 놓았다. 순수한 토론이 아니고 막무가내식으로 살 방도를 내놓으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나지막한 말로 하였다. “어려분이 관광지에 천막을 치고 술장사를 한 것부터 잘못된 것이고”하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중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하며 고성을 지르고 막 달려들 기세로 나왔다. 나는 “앉으십시오. 이 곳은 싸움하는 곳이 아닙니다. 말로 일을 처리하는 곳입니다. 당신네들이 하는 일이 법이나 이치에 맞으면 보호받고, 맞지 않으면 행정 처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제가 말씀을 드리니 경우나 이치나 상식에 어긋나면 그때는 무슨 행동을 해도 좋습니다. 그러니 제 말을 조용히 들어주시고 여러분의 말을 제가 경청하여 억울한 일이 있으면 풀어드리겠습니다” 하였다.

그분들의 요청은 거기서 장사를 하지 않으면 살 길이 없으며 딴 곳으로 이사하려 해도 돈이 없으니 살 곳을 마련해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분들에게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해줄 대상이 아니고 열심히 일해서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래야 그 세금으로 노약자, 지체부자유자, 고아들을 지원하여 복지사회를 이루어나가게 됩니다. 만일 당신네들을 세금으로 돕는다면 노약자, 지체부자유자, 고아들을 누가 돌봅니까? 그냥 버리라는 것입니까? 건장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면 당신네 뿐만아니라 다른 사람도 도움을 요구할 것이고, 그렇게 하는걸 부당하다 거절할 수 있습니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당신네처럼 살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공평한 대우와 권리를 주장하면 누가 젊은 사람을 위하여 쓸 세금을 냅니까? 노약자, 고아, 지체부자유자, 병원의 환자가 당신네 뿐만아니라 이 나라 젊은이를 위하여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과연 옳은 일일까요?”

그들은 나보고 당신은 행복하게 살아서 불행한 사람을 모르고, 의회 의장이나 되니 우리들의 처지를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반박을 한다. 그래서 “저는 당신네들이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여기 와서 순전히 무보수로 시민의 권리가 행정의 횡포나 오판으로부터 침해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나는 굶기를 밥먹듯 했고, 어떤 때는 굶어 의식을 잃은 적도 있으며, 노동은 별의별 것 다해본 사람일 뿐 아니라 건강이 극히 나빠도 이렇게 봉사하러 나왔습니다. 나의 신상을 알아보십시요. 제가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나의 말이 진실임을 금방 알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현재 사정은 어렵고 딱한 줄은 알지만 그렇다고 제가 여러분께 불법적으로 지금의 천막을 치고 장사하라 할 수 없고, 그 주위환경이 파괴되고, 오염시키는 것을 잘했다 할 수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노동력 있는 사람은 합법적으로 일해서 일할 수 없는 사람을 도와야 복지사회도 되고, 사회가 건강해진다는 것을 재삼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차분히 설명하였더니 그렇게 금방이라도 일낼 것처럼 하던 사람들이 순한 양이 되어 서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문 밖에 나가니 우리 제주시의회 의원 가운데 제일 젊고 힘도 있는 고신관 의원, 김성수 의원이 의장이 테러 당할까 걱정되어 기다리고 있었다. 속으로 이 두 분 의원께 매우 고맙고, 정말 의리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쩐 일인지 내가 의장 4년3개월 하는 동안 내부나 외부에서 나를 아주 곤경에 빠지게 하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 아닌가, 운이 좋은 것인가 생각하고 있다.

항의하러 온 분들이 의장실을 다녀간 후 크게 문제가 확대되지 않았고 그 후 몇 년 사이 천막은 깨끗이 철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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