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밤 11시 MBC 창사 50주년 특집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연출 김진만)이 친일 시비에 휩싸였다.
'남극의 눈물'은 프롤로그 '세상 끝과의 만남' 편을 통해 1월 한 달간 남극의 생태계와 남극에 진출한 7개국 12개 기지의 현황 등을 전하겠다고 알렸다.
그런데 남극에 설치된 일본의 쇼와기지 월동대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욱일승천기를 내건 선박이 항해하는 모습, 일본인 대원이 욱일승천기를 흔드는 모습 등을 내보낸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욱일승천기는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의 붉은 태양 문양 주위로 붉은 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양을 형상화한 깃발이다. 태평양전쟁 때 사용돼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탤런트 송중기(26)는 "패전의 아픔 속에서 일본은 새로운 희망을 찾아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남극에 진출했다"고 해설, 논란을 키웠다.
시청자들은 MBC를 성토하고 나섰다. "남극의 눈물, 300일 고생을 헛수고로 만든 욱일승천기", "욱일승천기가 두 번씩이나…. 정말 제 정신이세요?", "남극의 눈물은 일본인이 촬영했나. 패전의 아픔이라니 어이없음" 등 비난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날 방송이 프롤로그인 점을 들며 일본의 남극 진출을 본격적으로 다룰 제4부 '인간, 그리고 최후의 얼음대륙'에 그 장면이 삽입된 이유가 나올 것이라는 옹호도 있었지만 비난에 파묻혔다.
결국 제작진은 24일 오전 홈페이지에 '해상자위대 깃발 등장에 대한 제작진의 입장'이라는 글을 올렸다.
"다큐멘터리는 사실에 대한 기록이다. 남극에서 벌이는 일본의 활동에서도 제작진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욱일승천기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일본이 해상자위대 깃발(일명 욱일승천기)을 단 군함을 남극에 보내는 것은 역사적으로 현재적으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실 자체가 일본이 국가적으로 남극대륙을 향해 가지고 있는 강한 집념과 의도를 상징한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의미에서 방송에 등장시켰고 이 질문에 대해서는 4부에서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다. 또 4부에서는 일본 뿐 아니라 남극 대륙을 둘러싼 각국 정부의 각축, 그리고 남극 영유권 문제를 충실하게 다룰 예정이다."
그러면서도 "다만 4개월에 걸친 일본 기지의 촬영을 프롤로그에서 몇분에 요약하면서 의도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점에 대해 향후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극히 어이없다. 왜 우리가 과거의 잘못도 반성하지 않는 나라의 패전의 아픔에까지 동감해야 하는건가?", "송중기 내레이션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이 없느냐", "사과는 절대 안 하고 자신들이 옳다고만 주장한다" 등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 프로그램은 영상미 등에 힘입어 전국 시청률 12.1%(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김 PD는 전작 '아마존의 눈물'로 20%대 시청률을 올렸다. 다른 시청률조사회사 TNmS 집계에서는 10%를 거뒀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SBS TV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연출 정순영)은 전국 시청률이 전주 15%에서 12.9%(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하락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