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칼럼](151)몸에 달고 다니는 위장병
[현태식칼럼](151)몸에 달고 다니는 위장병
  • 영주일보
  • 승인 2016.11.3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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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나는 앓고 있는 지병이 여러 개지만 특히 위장병이 나를 많이 괴롭혔다. 다른 병은 휴식을 취하고 심한 활동을 삼가면 차도가 있었다. 하지만 윗병은 다르다.

위는 휴식을 취할 수 없는 기관이다. 장시간 휴식하면 생명에 지장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명연장을 위하여 위가 활동해주어야 한다. 하루에 두끼 이상씩은 음식을 받아서 소화해내야 한다. 못하겠다고 신호를 보내도 용서가 없다. 대신 약을 써주는데 일시적 차도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 치료는 되지 않는다.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하루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신경성 위장병이고 내 몸에 있는 병이 대부분 신경성에서 연유해 생긴 병인데 이것을 치유하는 것은 마음의 다스림 말고는 다른 약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때 잠 안오게 하는 카페나를 먹은 것이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킨 것인데다가 수업료를 못내어 고충 속에 지내고 그때 폐병도 생겼다. 그리고 정신적 압박이 가중되는 환경에서 신경질을 부리면 아무리 약을 써도, 시간이 오래 걸려도 정상화 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 신경을 완전히 이완시켜 축 늘어지게 하면 어느 정도 꼬인 상태가 풀어질 것 같았다.

평소에도 안정과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해온 터이지만 신경의 꼬임을 풀 적극적 노력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아침 일찍 삼무공원에 나가 시멘트 의자에 등을 바짝 대고 반듯이 누웠다. 그리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하다, 내가 제일 해운아다, 기분이 정말 좋다하는 마을 입 속으로 되뇌이기를 거듭했다. 숲속을 거닐며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고 모든 근심 걱정은 하지 말자 하는 말을 반복하였다. 나 자신에 최면을 건 것이다. 며칠 째 되는 날 가슴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하사탕 먹으면 속이 시원한 것 같은데 바로 그 시원한 기운이 가슴에서 시작해서 팔 다리를 향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데 창호지나 수건 한귀퉁이를 물에 적시면 서서히 번져가듯이 온 몸으로 번져나갔다. 이러고 나면 위가 홀가분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러기를 몇 달 계속 했더니 위 통증이 차츰 차도가 생겼다. 마음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신경질을 될 수 있으면 내지 않기로 작심했다. 그랬더니 위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위통이 현저히 감소되었다. 게다가 ‘알로에’를 날것으로 아침 저녁으로 한 조각씩 잘 씹어먹으니 속이 시원해지면서 훨씬 좋아졌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2000년 5월 13일, 전라남도 홍도에 갈 기회가 있었다. 제주박물관대학 3기생 모임으로 단체로 여행했는데, 그날 위에는 극히 나쁜 맥주를 서너병 먹었다. 장기간 위에 이상이 없기도 했고 옆에서 극구 권하기도 하고, 일행과 분위기도 맞추어야겠기에 마신 것이 다음 날부터 탈이 났다. 이상이 있으면 알로에를 일주일 정도 먹으면 나았는데, 이번에는 3개월 정도 고생했는데도 효험이 없고 양약·한약 모두 효력이 없어 8월 28일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고 대장에 생긴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후로 술, 커피를 완전 끊었다.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기로 해버렸다. 그리고 음식을 양을 적당히 했더니 차츰 위가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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